여행의 필름에 ‘사람의 향기’를 담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

나를 떠나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미국을 여행하다
여행의 필름에 ‘사람의 향기’를 담다

글 전영의 기자

 

이십억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그랜드캐니언. 이 장엄하고 거대한 자연 앞에 서면 한없이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보는 각도에 따라 수십 가지 색을 띠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뉴욕 등을 여행하며 내가 기억의 필름에 담은 것은 ‘사람의 향기’이다. 딱히 아는 사람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짧은 여행 속에서 잠시 스친 거리의 풍경, 커피를 사며 점원과 나눈 눈인사 속에서 미국은 ‘사람의 향기가 아름다운 나라’로 내 마음 속에 저장되었다. 그 아름다움의 근원은 근면과 긍정적인 사고, 불굴의 의지가 아닐까 한다. 오늘날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 힘의 원동력 역시 거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트램을 타고 영화 촬영 세트장 관람을 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영화 ‘쥬라기 공원’과 ‘트랜스포머’의 시뮬레이션 체험은 긴장과 전율의 연속이었다

도전의 숨결이 느껴지는 땅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무엇이든 경이롭게 봐 줄 준비가 되어있는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에는 우리 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물 위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있고, 지상 최대의 협곡 그랜드캐니언과 사막 위의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품고 있는 네바다 주와도 이웃하고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내려다 본 뉴욕 항. 대서양으로 향하는 뉴욕 항의 물길은 세계 곳곳으로 오늘날의 미국을 실어나르고 있다
햇살과 자유와 낭만, 항구 도시의 운치를 거리거리에 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블루보틀 커피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영화 ‘쥬라기 공원’과 ‘트랜스포머’의 시뮬레이션을 체험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별 모양 플레이트가 묻혀 있는 선셋 거리는 할리우드만이 가지고 있는 영화적 상상력을 흠뻑 보여 주었다.
풍경마다 항구 도시의 운치를 담아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루보틀 커피를 들고 유람선을 탔다. 해안선을 따라 예쁜 상점들이 즐비한 소살리토 마을,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와 베이 브릿지, 엔젤 아일랜드, 알카트라즈 섬을 하나씩 만나면서 이곳에 자유와 낭만이 흐르기까지 그들이 흘린 땀과 열정, 도전의 숨결이 오늘도 이 땅에서 힘차게 자맥질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캐니언

이른 아침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한 버스는 하루 종일 모하비 사막을 달렸다. 모하비 사막에 어둠이 찾아오고 나서야 검은 배경 속에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라스베이거스다.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사막의 어둠을 지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현란하다.
카지노와 호텔 몇 군데를 구경한 후 콜로라도 강변을 따라 걸었다. 강물 속에서 불빛이 흔들린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모든 것이 더 흔들리는 듯 했다.

사막 한 가운데 도시를 건설해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들일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

이튿날 그랜드캐니언 앞에 섰다. 장엄하다. 깊이 1.6Km, 가장 넓은 곳의 폭은 30km, 길이 450km에 이르는 지상 최대의 협곡은 장구한 세월동안 태양과 바람, 물과 시간이 빚은 흔적들로 신비한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협곡과 만난 빛은 태초의 아름다움을 선물하는데 그곳을 지나는 바람은 유독 거칠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원주민의 애환이 실려 있는 듯 차고 아픈 바람을 온 몸에 맞으며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협곡의 바닥에 시선을 대니 근원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이 장엄한 대자연의 얼굴 앞에서 나는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까?

뉴욕

미국 독립 100주년 되던 해에 프랑스가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

대서양을 횡단한 이민자들이 뿌리를 내려 문명을 일군 곳.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타임스 스퀘어, 센트럴 파크 등 수많은 랜드 마크를 품고 있는 뉴욕은 미국의 경제 수도답게 부유하고 모던했다. 대서양에서 들어오는 물줄기는 뉴욕의 거대한 빌딩 숲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 물결 위에 배를 띄운 미국은 세계 곳곳으로 그들의 오늘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 모습이 푸르다.

화려한 문명과 역사에 기대지 않고 사람을 읽게 한 나라, 미국. 나 자신과 가장 많은 대화를 했던 여행이 아닌가 싶다. 나를 떠나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그 여정을 미국을 통해서 했다. 더 가벼워지고, 더 부지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더 많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