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

글 김남조(시인)

나는 그리스도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한 생애를 살아간다. 신앙 모범생은 전혀 아니언만 주께선 분명 존재의 깊은 곳에 통로를 트시고 수시로 발소리를 울려 주신다.
이 점 만민의 믿음이며 나도 그중의 하나임을 인식한다.

나는 주님을 꿈속에서나마 뵈온 적이 없다. 그런 일에 갈망을 키워오지도 않았으며 특별한 체험 없이도 나의 그릇은 차 있거나, 아니면 육안의 거리에서 주님을 뵙는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도 같다.
그분은 처음부터 결정적인 외경과 사랑을 솟게 하시었다. 나는 내가 겪게 되는 여러 가지, 특히는 나의 애환에 상관하는 일들을 되도록 상세히 말씀드리며 이때야말로 거울 앞에 선 듯이 정직한 언어 연습을 경험하게 한다 하겠다.

‘주여’ 혹은 ‘주님’이라고 부르기만 해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단순히 어머니를 부르는 일만으로 행복한 어린아이와 같다고 할 수 있을지.
지난 세월 나에겐 여러 번의 실족 사건이 있었다.
풀 길 없는 번민들을 손안에 움켜쥔 체벌을 헛디뎌 여지없이 낭떠러지로 굴러 내렸었다.

그 좌절의 땅, 형편없는 무력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오직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끼 낀 돌벽을 짚고 마치도 우물 속에서 나오는 사람처럼 본래의 내 좌석에까지 돌아 나오곤 했다.
주의 이름이 그렇게 영험함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한데 내게 있어선 뭔가 아슴한 선험의 기억에도 이어진 듯이 여겨진다. 주님께선 우리의 존재와 존재 이전의 토양에까지도 손을 깊이 넣으시어 화초를 떠 옮기듯이 우리를 빛과 바람이 풍족한 곳으로 이끄신다는 확신을 지녀온다고 말할 수 있다.

만민의 예수, 그러므로 나의 예수.
이른바 내 문학도 그분의 진리를 증언하고 그분께 봉헌할 때에 가장 값지고 보람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내 영혼의 깊고 푸른 초원을 왕래하시는 주님 그리스도, 그 신령하신 분이 만민을 사랑하심은 진실로 복음이요, 내 한평생에 그리스도는 진정한 주인이신 점, 찬미 찬미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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