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속 노아의 방주, 헐리우드 스크린과 만났다

창세기 속 노아의 방주, 헐리우드 스크린과 만났다

아담으로부터 10대째에 해당하는 노아시대. 죄악이 넘친 세상에 대홍수 심판 계시와 이때 재앙을 피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방주(方舟:길이 약 100m에 달하는 3층으로 된 배)를 120년 걸려 완성한 노아는 그의 가족과 동물 한 쌍씩을 이끌고 방주에 들어가 1년 그리고 10일을 방주 안에서 지내며 재앙을 피했다(히브 11:7, 창세 6∼8)고 구약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지난 3월 20일 국내 개봉하여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독교인은 물론 영화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노아’는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모험·판타지·드라마를 넘나드는 복합장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139분의 긴 러닝타임의 영화 노아는 대홍수 사건이 지닌 기독교적 중요 메시지를 중심으로, 방주 건설과 탑승 과정에서 겪었을 노아와 가족의 고민과 갈등을 밀도 높게 그려내고 있다.

 

-방주, 공간이 주는 메시지 : 희망
나치의 손아귀에서 유대인을 구하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토머스 케닐리(Thomas Keneally)의 『쉰들러의 방주 Schindler’s Ark』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방주’라는 공간의 상징성은 성서 속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도 잘 나타나 있다. 아담 이후 타락한 세상에 특정한 이유에서(인간의 죄) 홍수를 내렸고, 특정한 이유에서(선한 사람) 살아남은 노아 이야기 속의 ‘방주’는 악이 파멸했을 때 선이 살아남는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실제로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천국 희망의 상징이었다고도 하는 ‘방주’는 파멸로부터 벗어난 희망의 장소를 의미했다고 한다.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사건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완강한 태도를 보여주지만, 영화 ‘노아’에서는 야생동물들을 방주 안에 집어넣고 긴 폭풍을 견디는 내용, 떠다니는 동물원 같은 형태로 거대한 홍수 속 아비규환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 희망의 공간으로 묘사된다.

-노아, 인물이 주는 메시지 : 성실(신실)

대홍수 후 어떤 의미에서 노아는 ‘제2의 아담이자 인류의 새로운 아버지였다. 이러한 노아는
신약성서에서 신앙심이 깊은 인물로 언급된다. 에스라 14:14절에는 노아를 다니엘, 욥과 더불어 세 명의 선한 사람으로 꼽는다.
영화 속 세상은 무력을 앞세우는 지도자와 야만인 무리들이 일으킨 전쟁에 유린당하는 끔찍하고 희망 없는 잔인한 세상이다. 노아 역의 러셀 크로우는 경험 많고 노련한 가장으로 죄로부터 무고한 생명 보호에 대한 책임을 묵묵히 감수하는 인물로, 선하고 신실한 성경 속 노아의 모습을 재현한다.
방주가 완성단계에 다다를 무렵, 장남 샘은 아버지 노아에게 묻는다. “이제 끝인가요?”라고 불안한 마음으로 묻는다. 이에 노아는 “아니 새로운 시작이란다”라고 답한다. 이처럼 노아는 희망의 공간인 ‘방주’와 함께 눈앞의 상황과 현실에 절대 동요되지 않으며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흔들림 없는 우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탑승 시기가 가까워 오면서, 차남 함은 노아에게 묻는다. “동물들도 암 수 한 쌍씩 탑승하는데, 제 아내는 어디에 있죠?”라며 하나님의 계획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함은 대홍수 시작이 임박할 무렵, 직접 카인의 후손 마을에서 아내를 구해 탑승시키려는 무리한 시도를 한다. 이러한 차남 함의 행동에 노아의 태도는 단호하다. 하나님의 카인 후손에 대한 단호한 심판 계획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노아의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어릴적 복부 부상으로 불임상태의 며느리 일라는 시아버지 노아에게 “저는 짐이예요” 라고 호소하자, 노아는 “아니 너는 선물이란다”라고 일라에 대한 무한한 소중함을 드러내는 인자한 시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노아의 단호한 태도와 대조를 이룬다. 노아는 자신의 가족을 포함, 인류가 결코 결백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연 소멸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생각한 노아는 며느리 일라의 출산으로 태어난 쌍둥이 손녀에게 주저없이 비수를 들이댄다.

-수호자(돌로된 거인)·일라, 가상의 캐릭터가 주는 메시지 : 회개 그리고 순종
영화 노아에 등장하는 ‘수호자’는 성경과 무관한 가상의 캐릭터이다. 이들은 빛의 존재인 ‘천사’였지만 하나님의 뜻과 무관한 ‘자신들의 선택’으로 추방된 인간을 돕다가 하나님의 노여움을 산 후 빛을 잃고 둔탁한 돌과 진흙의 거인이 되었다. 이후 절망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하나님의 대홍수의 계획과 노아의 방주 건설에 동참하며 회심의 길로 돌아선다. 카인의 후손들의 야만적인 습격으로부터 노아의 가족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희생되면서 원래 빛의 존재로 회복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대홍수가 발생하고 카인의 후예들이 심판을 받은 후, 방주에 탑승한 노아는 자신의 가족을 포함하여 인류 존속의 여부에 하나님이 분명하게 계시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면서, 영화 ‘노아’는 하나님의 계획과 인간의 선택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에덴에서 추방되어 노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된 인간을 대표하는, 카인의 후손 두발카인은 무력으로 방주에 들어와 인간의 선택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하나님 중심의 노아의 세계관과 대립각을 이룬다. 이 상황에서 일라가 낳은 쌍둥이 손녀는 노아 가족의 갈등의 핵으로 부상한다.
쌍둥이 딸의 존속이라는 일라의 선택은 노아의 선택과 부딪힌다. 하지만 노아가 자신의 딸들에게 비수를 겨누게 되는 절망적 상황에서, 일라는 자신의 결정에서 노아의 결정(하나님의 결정)으로 이동하자, 노아의 비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일라의 쌍둥이 딸은 생명을 구하게 된다. 이후 노아의 아내 나메는 왜 손녀를 죽이지 않았냐고 묻는다. 이때 노아는 “내 마음 속에 무한한 사랑이 넘쳐났다”라고 고백한다. 이 장면은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번제 에피소드와 오버랩 된다.

2014년 영화 ‘노아’는 헐리우드 영화들의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면서 강력한 내러티브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노아의 이야기를 상상력을 압도할 수 있는 스케일과 러셀 크로우, 안소니 홉킨스,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등 일류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미된 블록버스터의 형식으로 그려냈다.
뜨거운 관심 속, 논란에 동참할 만한 작품인지 아닌지는 영화 ‘노아’를 보고 판단해 볼 일이지만,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과 성서적 가치가 더해진 대서사극 사이에 위치한 영화 ‘노아’는 시각적 볼거리와 함께 방주 속 생존인물들의 상황을 더욱 풍성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작이다. 그리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2시간이 넘는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낸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고민이 엿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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