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마틴 루터 킹…그리고 버마의 아웅 산 수 지

정치적 진정성을 보다.「아웅 산 수 지, 희망을 말하다」

이 나라의 독재자 딴슈웨(Than Shwe)는 40만 명의 개인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 중 7만 명은 아동이고, 그 중에는 열한 살짜리 어린아이도 있다. 아무튼 5000만 인구가 자기 나라에서 볼모로 잡혀 있는 나라, 그 기이한 나라가 바로 미얀마이다.

▲ 아웅 산 수 지, 앨런 클레멘츠 지음, 구미정 옮김, 북코리아 펴냄

버마의 군부독재에 맞서 비폭력 저항운동을 펼치고 있는 아웅 산 수 지 여사의 목소리를 담은 책, <아웅 산 수 지, 희망을 말하다>는 종교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국민으로서 수 여사가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오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살아가는 분들, 특히 그가 종교인으로서도 의미 있게 살고자 한다면 수 여사의 생각과 삶이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웅 산 수 지 여사, 그는 1945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66세이다. 아버지가 버마 독립운동 지도자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아웅 산 장군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는 인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영국 옥스퍼드에서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 후 UN에서도 근무했다. 그러다가 1988년 버마 정치사에서 유명한 사건인 ‘88항쟁’을 겪으며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어 민족민주동맹 곧 NLD 정당의 사무총장으로 군부독재와 맞서 있다.

유명한 건 15년 동안 가택연금 상태로 갇혀 있다가 작년에 석방되었다는 점이다.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2002년 유네스코 인권상도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인물들 가운데 한 분이다.

우리나라에도 버마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버마에 대해 잘 모른다.
현재 버마 감옥에는 수천 명의 양심수들이 갇혀 있다. 끈질긴 인종청소, 곧 소수민족에 대한 살인과 고문, 강간 등으로 3000개 이상의 마을이 파괴되었다. 이 나라를 떠난 난민의 수가 100만 명에 달하고, 또 다른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은 말라리아가 들끓는 원시 정글로 쫓겨나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수천 수백의 버마 국민들은 도로 다리 댐 등을 건설하는 데 강제 동원되어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 수백만 이상의 버마 국민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비군에 의해 압제당하고 있다.

이 나라의 독재자 딴슈웨(Than Shwe)는 40만 명의 개인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 중 7만 명은 아동이고, 그 중에는 열한 살짜리 어린아이도 있다. 아무튼 5000만 인구가 자기 나라에서 볼모로 잡혀 있는 나라, 그 기이한 나라가 바로 버마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나라, 그 나라가 버마이다.

이런 지옥 같은 땅에서 아웅 산 수 지 여사가 말하는 희망은 뭘까? 수 여사는 이렇게 말한다.

“버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억압적인 사회에서 잠자코 노예로 사는 안전한 삶보다는 기본적인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더 낫다고 확신하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운동이 비폭력 운동인 까닭은 인간의 본성이 공정함과 자비심을 애호한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어떤 사람은 인간이 일차적으로 물질적인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제적 동물이라고 주장할는지 모릅니다. 이것은 인간 종에 대해 너무나도 편협한 시각입니다. 자신의 깊은 신념과 원칙을 옹호하기 위해 잔혹한 박해를 견뎌낸 용감한 남녀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남녀가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저의 자랑이자 기쁨입니다.”

바로 이 점이다. 독재에 항거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가진 나라, 그것도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듯한 저항의 방식, 곧 비폭력 저항을 여전히 실천하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가진 나라가 버마라는 것이다. 수많은 난민들이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민주화를 위해 무슨 일이든 준비하고 애쓰는 나라이다.

간디가 그랬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 진리와 사랑의 길이 언제나 승리했다고. 그렇다면 버마에도 언젠가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고, 그때의 버마는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더욱 도덕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나라로 우뚝 일어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버마엔 여전히 희망이 자라고 있는 셈이다.

▲ 아웅산 수 지 ⓒ김대중도서관

그 일을 위해서 아웅 산 수 지 여사는 중심에 서 있다. 수 여사는 세계에서 가장 위선적인 독재정권에 맞서 흔들리지 않고 성공적인 혁명을 수행해 온 핵심동력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그것은 ‘용기’라고 잘라서 말한다.

버마에서는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인이든, 소수 종교인 힌두교인과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이든,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는데 바로 자유이다. 그 자유에 참여하기 위해 그들은 장기 투옥도 고문의 위험도 무릅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수 여사가 1988년 민주화운동에 뛰어들 때 이런 연설을 했다. 그때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하는데, 불과 10여 일 전에 이른바 ‘8888대학살’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군인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군인들을 향해 노래를 불렀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우리의 형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자유뿐. 당신들은 국민의 군대이니 제발 우리 편이 되어주세요.’ 하지만 그 수천 명의 시위대가 살해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고, 또 수천 명이 투옥되었다. 천안문 사건을 능가하는 대참사였다.

그 일을 겪은 지 불과 열흘 남짓 지나고 수 여사는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때의 연설이다.
“아버지의 딸로서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무관심한 채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녀의 길은 곧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의 발자취를 잇는 운동인 셈이다. 그러니까 버마에서 진행 중인 이 일은 인류역사에서 기념할 만한 여러 운동들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하여 세계는 버마를 끊임없이 주목한다.

이 책은 미국인으로서 버마에서 승려가 된 기자이고 작가인 앨런 클레멘츠와 수 여사의 대화록이다. 앨런이 수 여사에게 이렇게 묻는다. “여사님께 정치적 진정성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러자 수 여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정치적 진정성은 정치를 할 때 그저 꾸밈없이 정직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정치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만일 어떤 정치가가 자기 정당을 위해서라든지 혹은 국민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한다면, 그건 바로 정치적 진정성이 없다는 뜻이지요.”

꾸밈없이 정직하게 정치하는 것, 그것이 아웅 산 수 지 여사의 정치적 진정성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뜨끔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박명철 <CCC편지> <기독신문> <뉴스엔조이> <기독교사상> <아름다운동행>에서 기자 또는 편집장을 지냈으며, 단행본 <사람의 향기 신앙의 향기> <세상에는 이런 주일학교도 있다> 등을 펴냈다. CBS 라디오를 통해 신간 서적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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