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예술가였다

진심이 담긴 처음이자 마지막 책,「스티브 잡스」

▲ 월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역, 민음사 펴냄

스티븐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세계는 여전히 그에 대한 뒷이야기들로 무성하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스티븐 잡스>라는 전기가 있다. 이미 그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왔으나 잡스는 그 책들에 대해 매우 불쾌해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진심을 담은 첫 책인 셈이다. 


1. 이 책 어떻게 다른가?

잡스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수많은 책들에 대해 늘 극도의 불만을 표시했다. 잡스가 자신의 허락 없이 출간된 전기를 두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나머지 해당 출판사의 다른 책들까지도 애플 스토어에서 모두 치워 버리라고 지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죽음을 앞두고 그는 평소 절친하던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CNN의 전 최고 경영자 월터 아이작슨을 불러서 전기를 써 달라고 의뢰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까 내가 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한 책을 쓸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들이 뭘 알겠습니까? 제대로 된 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직접 내 얘기를 들려주어야겠다 싶었지요.”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잘못 이야기하는 걸 못 견뎠던 잡스의 결심이다, 그렇게 볼 수 있다.
 

2. 스티븐 잡스는 말했다. “내 열정의 대상은 사람들이 동기에 충만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윤이 아니라, 위대한 제품에 무게를 둔 인생이었다.

잡스에게는 ‘위대한 제품’이 언제나 1순위였고,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2순위였다. 물론 이윤을 내는 것도 좋았다. 그래야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윤이 아니라 제품이 최고의 동기 부여였다. 그래서 이 책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데에 맞춰진다. 이 책에 담긴 것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온 위대한 제품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들었던 위대한 조직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조직을 이끌었던 위대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3. 이윤이냐? 제품 곧 콘텐츠냐?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살벌한 시장에서는 낭만적인 고민일 수 있다. 이런 고민은 사실 우리들처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몫일 수 있다.

매킨토시 개발 팀은 단지 수익을 올리는 제품이 아닌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잡스의 열정을 공유함으로써 완성되었다. 매킨토시 개발 팀의 한 사람은 이렇게 증언한다.

“잡스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설계 팀에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라고 독려했어요. 경쟁에서 이기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가능한 한 가장 위대한 일을 하는 것, 혹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것이 목표였어요.”

매킨토시 출시 및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팀원들은 맥 가격을 500달러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마케팅 비용이 생산비 못지않게 들어갈 것이므로 그 비용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잡스는 강하게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지향하던 신념이 완전히 깨집니다. 나는 맥으로 이윤을 짜내고 싶은 게 아니라 혁명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싶은 거라고요.”

 

4. 안철수 교수는 “우리가 80년 전의 에디슨을 기억하듯이 100년 후 잡스를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교수는 잡스를 다르게 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언제나 잡스가 만든 제품과 애플의 경영 전략에 관심을 두었다. 스티브 잡스라는 한 인물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잘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그의 성공에만 관심을 가졌고, 그의 화려한 쇼맨십과 카리스마, 그가 이뤄 낸 것만 바라봤다. 그러나 안 교수는 다른 면을 보았다.

“그를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진짜 이유는 그의 존재 방식에 있다. 출신도 학력도 보잘것없었던 이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가난한 집에 입양되어 결국 대학도 그만두어야 했던 이가 어떻게 이 시대의 영웅이 되었는가. 그것은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아무도 쉽게 따라갈 수 없었던 그의 진정한 재능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것에 고도로 집중하는 열정 때문이었다.”

“And One More Thing” 이라는 말은 잡스가 즐겨 쓰던 말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5. “그는 우리 시대에서 가장 고집 센 사람의 대표다”라고도 말한다. 이런 고집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지 않았을까.

불편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잡스의 생각이 반영된다. 그렇다고 이 사람을 독선적이었다고 보면 곤란하다. 많은 부분 그가 지향한 기업운영의 방식은 팀원들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때는 팀멤버들을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애플 제품의 특징을 보면 대개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이 기본적인 출발이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이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소!” 잡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열을 내며 말했다. “이 방 안을 둘러보라고!” 그는 화이트보드와 테이블 위, 그리고 모서리가 둥근 다른 직사각형의 물체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바깥을 내다보면 더 있소. 거의 보는 곳마다 다 있다고!” 그는 앳킨슨을 이끌고 산책을 하며 자동차 창문과 게시판, 거리의 표지판 등을 보여 주었다. “세 블록 왔는데 열일곱 가지 예를 찾았어요.” 잡스가 말한다. “그가 완전히 납득할 때까지 여기저기에서 다 찾아냈지요.” “그가 마침내 주차 금지 표지판에 다가갔을 때,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네, 회장님 말씀이 옳아요. 제가 졌습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허츠펠드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빌은 다음 날 오후 만면에 웃음을 띠고 텍사코 타워스로 돌아왔어요. 그의 데모는 이제 모서리가 둥근 아름다운 직사각형들을 굉장한 속도로 그릴 수 있게 되었지요.” 리사와 맥, 그리고 이후 거의 모든 컴퓨터의 대화 상자와 창 들은 둥근 모서리를 가지게 되었다.

 

6. 죽음을 앞둔 잡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는 죽음에 직면하니 내세를 믿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그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이렇게 말한다.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그는 또 한 번 멈췄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7. 애플 제품, 다시 말해서 잡스의 제품들은 우선 아름답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편리하다. 마치 사람의 유기적인 동작을 꿰뚫어보는 것 같다. 고도의 고민들이 있었을 것이다. 애플이 다른 제품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잡스는 열정적인 장인 정신의 특징은 숨어 있는 부분까지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철저를 기하는 것임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이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잡스가 칩과 다른 부품 들을 부착하고 매킨토시 내부 깊숙한 곳에 들어갈 인쇄 회로 기판을 철저하게 검사한 경우였다. 어떠한 소비자도 그걸 볼 일이 없었다. 하지만 잡스는 인쇄 회로 기판을 심미학적인 토대로 비평하기 시작했다. “저 부분 정말 예쁘네. 하지만 메모리 칩들을 좀 봐. 너무 추하잖아. 선들이 너무 달라붙었어.” 새로 들어온 엔지니어 중 한 명이 끼어들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다. “중요한 건 그게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 하는 겁니다. PC 회로 기판을 들여다볼 소비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잡스는 전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어야 해. 박스 안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말이야.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장롱 뒤쪽에 저급한 나무를 쓰지 않아.” 몇 년 후 매킨토시가 출시되고 나서 한 어느 인터뷰에서, 잡스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교훈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는 서랍장 뒤쪽이 벽을 향한다고,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 싸구려 합판을 사용하지 않아요. 목수 자신은 알기 때문에 뒤쪽에도 아름다운 나무를 써야 하지요.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 끝까지 추구해야 합니다.”

박명철 <CCC편지> <기독신문> <뉴스엔조이> <기독교사상> <아름다운동행>에서 기자 또는 편집장을 지냈으며, 단행본 <사람의 향기 신앙의 향기> <세상에는 이런 주일학교도 있다> 등을 펴냈다. CBS 라디오를 통해 신간 서적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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