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파고를 넘어선 믿음

주선애 교수 회고록 ‘주님과 한평생’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기독교교육학자의 섬김 인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주선애 교수의 회고록 주님과 한평생은 자신의 업적을 치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마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들려주는 듯 써내려간 필치는 오히려 강한 흡입력으로 저자의 생 한가운데로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한국 기독교교육의 선구자이며 교회교육의 개척자.
저자를 수식하는 이름은 많지만 격동의 한국 역사와 더불어 풍진 인생을 살아야했던 한 여인의 인생 서사는 꼭 우리 할머니의 얘기처럼 묵직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1924년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겪어내고 분단된 조국의 뼈아픈 현실에서 고향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온 저자는 신앙의 방황, 인생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주님께 다가가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았던 그 시절은 일부를 제외하면 궁핍과 부족을 피해가지 못했던 시대였다.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누구나 시대를 감당하고 극복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시대의 풍랑에 휩쓸려 사라지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또 이겨내는 삶을 살아내는 이름들도 있다. 물론 저자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삶을 살았다.

하나님 한 분만 의지하고 떠납니다. 이제 저 까마득하게 보이는 내 조국에 유익을 주는 제가 되어서 돌아오게 해주소서! 만약 내 신앙이 떨어져서 유익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면 이 태평양 바다에 빠져 죽고 오지 못하게 하소서!”

저자가 미국으로 유학을 결심한 후 부산에서 떠나는 배의 난간을 붙잡고 드렸던 기도다. 일본과 러시아의 점령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았지만 다시 전화에 휩싸인 조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떠난 유학. 자신이 잘해내지 못하면 죽게 해달라는 간절함과 처절한 기도가 자신이 감당해야 했던 사명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말해준다.

주님과 함께 좁은 길을 가기로 결심한 이후 그녀는 쉰 적이 없다. 전쟁 고아들을 양육하고 기독교교육학을 통해 제자들을 양성하고 지금은 탈북자들의 인권과 그들의 정착, 복음 전도를 향해 열정을 다하고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과 헌신은 게으르고 나태한 믿음으로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들려주는 살아있는 가르침이다.

빛만 내리쬐는 인생이 없고 그림자만 드리우는 삶이 없다. 그림자를 기꺼이 지고 빛을 향해 내딛었던 믿음의 선배 앞에서,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살고 있는지 깨닫는다. 꽃샘추위에 웅크리게 되는 이 때, 신앙의 온기를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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