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여행

인생은 하나님 안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단 한 번의 여행’이다.
이 책은 작가 서진의 내면여행 에세이다. 동시에 자신의 삶을 그대로 녹여낸 자전적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알기 위해 몸부림친 일기이다. 이 서투른 몸부림은 흔들리고 방황하며 길 위에 있는 이들을 위한 여행안내서이다. 여기 상처 받고 아팠던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있다. 이제 그 여행을 떠날 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있다.

그때 나는 옷장 안에 숨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루시와는 전혀 다른 사정이었다. 우선 나는 스물세 살이나 먹은 덩치 큰 여자인 데다, 옷장 안에 숨은 이유도 귀여운 숨바꼭질 따위와 거리가 멀다.
옷장 밖에서는 한 남자가 씩씩거리면서 나를 찾고 있었다.
물론 그 이유도 놀이 따위와 거리가 멀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저 남자에게 들킨다면 오늘 밤 눈두덩에 시퍼런 칠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지난번처럼 머리카락이 왕창 뽑히거나, 뒤통수에 혹이 달릴지도 모르겠다. _ 본문 중에서
*작가 촬영 사진 수록

**저자 인터뷰**
*독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진이라고 합니다. 작가 소개에서 보셨듯이 어쩌다 보니 이사를 아주 많이 하고, 직업도 여러 개였습니다. 만나보시면 수다스럽고, 조금 까다롭다 여기실지 모르겠어요.

*책을 읽어 보니 이야기가 긴박감 넘치게 진행되더군요. 그런데 이게 다 실화인가요? 예, 실화입니다. 제가 소설가다 보니 글이 소설(?)스러워 허구로 느끼시는 분도 많은 데요.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적 기법을 가져와 썼을 뿐입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책에서도 나오는데 원통해서 쓰게 되었어요. 글이란 무엇이든 자기 마음에 가득 담긴 것을 쓰게 되는데, 제겐 한참 동안 아버지와의 문제가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가시가 박혀 있으니 아프고, 아프다 보니 그 아픔에 대해 쓰게 되었는데요. 신기한 건 그렇게 글을 쓰면서 가시를 녹이고 혹은 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또 그 당시의 일이 제 인생에 준 영향이 워낙 지대해서 썼습니다. 아버지와 싸우고 외국으로 가출한 일은 지금 생각하면 위험한 일인데, 그 일을 통해 인생에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자신을 깨고 꿈을 얻었기 때문에 쓰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태국이던데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나라예요. 책에 들어간 사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태국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 정말 많아서 열거할 수 없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평온함 혹은 평화스러움입니다. 태국어로 평온을 ‘싸바이’라고 합니다. 태국 또한 인간 세상이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을 만나거나, 자연을 보면 기이한 평온함이 있습니다. 저처럼 광풍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평온함이 안식이고, 치유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야기가 하나의 축을 이루던데요. 지금 사랑과 결혼 때문에 고민 중인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부족한 사람이라, 타인의 인생에 조언을 드릴만 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타인과 사는 것은 무엇이든 괴롭고 힘든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당연히’ 찾아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진실한 사랑’을 살아내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진실한 사랑을 체험하고 만들어가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과 도움을 주게 될 것입니다. 사랑에 실패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결혼하느냐 헤어졌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를 통해 ‘어떤 사랑을 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독자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까요?
나는 왜 불행한가? 나는 왜 가족과 타인에게 화가 나는가? 이걸 어떻게 풀어낼까? 난 무엇을 위해 이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을 안고 계신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느 시기라도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괴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하나 고민해본 분들이 있다고 봅니다. 이건 저의 고민의 여정이고, 나름의 답을 찾은 이야기입니다. 이것을 계기로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고민과 질문을 안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정신없이 살았다.’입니다. 돈 벌고, 자식을 키우고, 생활하다 보면 정신없이 살기 십상입니다. 인생은 어렵고 풀어야 할 문제도 많아서, 어느 순간 정신없이 끌려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간혹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내가 뭘 하고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는 시간이겠죠.

자신의 삶을 불행하고 무의미하게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 불행과 무의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간혹 걸음을 멈추고, 내가 어디로 여행을 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머물던 삶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건 힘이 들고 용기도 필요합니다. 미지를 향한 여행에서 계속 발길을 옮기는 데도 끝없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를 더 높고 더 먼 곳으로 이끄는 분, 그 여행을 위해 새 힘과 격려를 주시는 분이 우리 가까이에 계십니다.

또한 책에서도 썼듯, 어떠한 순간에도 행복하세요. 끔찍한 문제 속에서도 잠시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세요. 지금 이렇게 숨 쉬고 살아가는 순간, 바람이 우리를 스쳐 가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 삶은 계속되고 소망은 멈추지 않습니다. 존재한다는 자체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가혹한 불행을 지나 ‘반드시’ 다가옵니다. 그걸 놓치지 마세요.
「단 한 번의 여행」을 읽는 분들이 멋진 여정을 시작하기를, 그 길에서 소망을 잃지 않고 행복과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자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 저자 소개
지은이 서진
이사 60번, 직업 14개를 전전한 사람.
어린 시절의 혼란과 상처를 글 속에서 이겨낸 사람.
글을 읽다가 어느새 쓰고 있는 사람.
쓴 글로 친구를 사귀는 사람.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 뜻이 아름다운 책,
노트 한 귀퉁이의 낙서, 무심코 찍었는데 오래 남는 사진,
태국, 수박 주스, 김애란, 무엇보다 남편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
3. 차례
프롤로그 – 검은 옷장 안

1부
새벽 세 시 ․ 내가 살고 있는 초라한 세상 ․ 오빠, 내 오빠 ․ 낯선 시간 ․ 이별을 준비하는 도시 ․ 걷고 또 걷다 ․ 사왓디 카, 태국 ․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 어디로 가는 걸까? ․ 앨리스의 밤

2부
우돈타니 ․ 꿈속의 행복 ․ 빗방울 속의 개구리 알 ․ 버스를 쫓아 달리는 소년 ․ 기괴한 그림자 ․ 어둠 속에서 나를 잡는 손 ․ 메콩 강을 건너는 사람들 ․ 여우비 ․ 한밤의 목소리 ․ 단 한 번의 여행 ․ 비밀의 화원 ․ 까니카

3부
구름의 가장자리 ․ 리라와디 향기처럼 ․ 페낭으로 가는 열차 ․ 홀로, 멀리 ․ 바람이 나를 부르는 곳 ․ 위로 ․ 저 멀리서 내게 걸어오는 ․ 과거의 얼굴들 ․ 별이 베어낸 자리 ․ 억울해서 쓴다

4부
행복해야 한다 ․ 재부팅 ․ 하고 싶었던 말 ․ 사랑일 리 없다 ․ 사랑은 미친 짓이다 ․ 사랑이다
괴물과의 재회 ․ 사람이 기도하면 ․ 다시 떠나다 ․ 씨줄과 날줄

에필로그 – 2014년까지의 여행기록

4. 추천사
추천사
책장을 채 몇 장 넘기지도 않아 나는 앓고 있었다. 어느새 저자와 하나가 되어 함께 아프고 함께 설레고 함께 여정을 밟는 나를 발견한다. 그 모든 아픔을 잘 견뎌내고 살아남아, 신을 만나고 사랑을 찾고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 서진에게 인간 동료로서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한다. 희망이 필요한 모든 이들, 특별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허다한 이들에게 결곡한 맘으로 권한다.
_ 박총, 작가, 도심형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저항’ 원장 수사

이 땅에서는 누구나 여행자입니다. 저마다 오롯이 걸어야 할 인생 여정이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여행」은 그 여정 가운데 특별히 젊은 날의 고통과 격정에 찬 경로를 그려냅니다. 그 여행길 위에 선 지은이는 끊임없이 자기 인생의 가해자와 자기 자신, 그리고 절대자와의 끊임없는 화해의 걸음을 내딛습니다. 그 길 위에서 써내려간 글의 행간마다 아픔과 눈물이 짙게 배어 있지만, 마침내 그 길의 끝자락에선 미소와 소망이 피어납니다. 그의 여정에는 숱한 만남이, 다른 여행자와 친구와 이방인을 가장한 숱한 ‘천사’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보내신 하느님과의 만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만남을 통해 그는 증오와 분노, 연민과 자학을 버리고 용서와 화해, 사랑의 용기를 품게 됩니다. 이제는 여정을 끝낸 ‘단 한 번의 여행’은 누군가 한번은 반드시 걷게 될 여행이며,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걷고 있을 여행이자, 언젠가 이미 거쳐 온 바로 그 여행입니다.
_ 옥명호, 월간 <복음과상황> 편집장

책을 읽으며 나는 어느덧 15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태국으로 떠난 신혼여행의 첫날밤 우리 부부가 누운 곳은 진과 정환의 방이었다. 우리에게 내어준 방은 긴 여행을 마친 진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찾느라 고단한 인생길에 눕지 못하고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기꺼이 이 책을 권한다. 서진이 내어준 그 방에서 우리 부부가 받았던 선물, 지금 당신이 들고 있다.
_ 이민욱, 예배인도자, 온누리교회 부목사

5. 본문 맛보기
하나님은 길 위에 있다는 누군가의 시를 본 적이 있다. 적어도 나의 하나님은 길 위에 계신 모양이다. 나는 지금까지 60번이 넘도록 이사를 했다. 정말 여러 형태의 집에서 살아보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계단 밑 작은 방에서 엄마 젖을 먹었고, 아버지가 지은 번쩍번쩍한 오층 건물의 꼭대기에서도 살아보고, 벌판 한가운데서도 살아보았다. 우리 가족은 늘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그래서 내게는 길에 대한 추억이 많다. 그리고 정말 홀로 내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분을 만났다.
하나님은 내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가깝게 다가왔다. 그분은 길가의 꽃 속에, 담에 붙은 도마뱀 속에, 몰려드는 열대의 스콜 속에 계셨다. 그분은 삶의 고단함과 슬픔에 굳어 있는 인간의 얼굴에, 인력거를 끄는 사내의 종아리 안에 계셨다. 나는 그 하나님을 발견하고 나서야, 아버지를, 어머니를,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_8쪽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조건 없는 존경까지 바라는 아버지가 우스웠다. 아니,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무능력과 배신으로 우리 가족을 망가뜨렸고, 아집으로 내 꿈을 짓밟았고, 비이성적인 폭력으로 내 존경을 무너뜨렸다.
난 엄마처럼 그걸 사랑이라 부르며 그의 기분을 맞춰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사회와 관습이 뭐라 말하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용서할 수 없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이라도 이런 아버지를 용서하라고 하면 침을 뱉어줄 작정이었다. _75쪽

“네가 세상에 나쁜 일만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아이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 좋은 일이 훨씬 더 많다. 뉴스에 안 실려서 잘 안 보이는 거 뿌이다.”
그럼 내 부정적인 세계관은 다 그 게으른 뉴스 탓이냐? 너 혹시 다른 세상에서 살다 왔냐? 난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감당이 되질 않았다. 마치 불행에 길들고 중독된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들에게 더 익숙했다. 스스로를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고 낯설고 거부감까지 일었다.
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문제가 있기를 바라는 못된 마음이겠지? 행복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고 모두가 불행하기를 바란다면 난 나쁜 사람이다. _127쪽

“지금 너 뭐라고 했냐?”
아버지의 눈빛이 사납게 돌변했다. 엄마는 안절부절못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남산타워를 눈앞에 둔 아름다운 조각 공원이었다. 우리 앞에 놓인 찻잔 네 개에서 따뜻한 커피가 모락모락 김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더없이 싸늘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아버지.”
내 말을 듣고 그는 희미한 미소를 띠고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아버지는 지금이라도 탁자를 뒤집어버릴 정도로 우리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짧은 평화는 막을 내렸다. _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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