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서 있는 나무는 외롭지 않다

기도로 시작해서 기적으로 끝난 산티아고 순례길

저자는 아픈 현실에 산티아고를 선택했다. 890km를 성치 않은 다리로 걷는 것은 인간적인 눈으로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픈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으로는 그 순례길이라도 걸으며 아픔에 동참하고 싶었고, 그 길에서 목 놓아 기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부르짖었다. 뇌종양에 걸린 손자 시후의 아픔을 놓고 부르짖었다. 시후와 딸이 당하는 그 고난의 끝을 위해 부르짖었다.멀고 먼 890km 순례길, 그 길의 부르짖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삶의 아픔을 앓은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함께 공감할 수 있고, 그것을 나누는 것은 이상하게도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위로가 필요한 마음 아픈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목차
여는 글
카미노에 오르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노에 오르다
영원한 끝을 염원하는 발걸음
타는 가슴으로 쓴 아내의 글들
마치는 글
저자 소개

장석규(張錫奎)
1954년 경기도 가평에서 출생, 춘천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한국근대사(문학석사)를 전공하였습니다. 30여 성상을 나라를 지키는 데 일념하고 준장으로 전역, 시골에서 들꽃과 나무들을 가꾸며 자연과 더불어 새로운 삶의 지혜를 터득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도 양평 소재 문호교회의 장로로 섬기고 있습니다.
지은이_

 

본문 중에서
출발 하루 전이다. 오후 늦은 시간, 그동안 준비해 왔던 물품들을 거실 마루에 모두 늘어놓았다. 배낭은 대략 6kg 정도로 꾸리기로 했다. 걷기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신의 몸무게 10분의 1이 적당한 배낭 무게라고 한다. 이것저것 다 빼고 새털같이 가볍게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짐을 꾸리려고 하니 그게 아니다. 갈아입을 옷가지나 양말도 넉넉히 가져가고, 젖은 옷이나 신발을 말리려면 소형 드라이기도 필요할 것 같다. 10월에는 날씨가 추워질 텐데 두터운 외투도 있어야 하겠다. 옷방에 들락날락하는데 아내는 남편 몸 생각한다고 검정콩과 아몬드, 멸치를 볶아서 비닐봉지에 담아 놓고 안 가져가겠다고 하면 불호령이라도 할 태세로 바라보고 있다. 배낭은 작은데 짐은 불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미리 작성해 놓은 준비물 목록을 보면서 하나하나 빠진 게 없나 확인한다는 게 오히려 짐을 추가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본문 16p 중에서

역시 메세타의 연속이다. 어느 쪽을 둘러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길 가에는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않다. 그늘이 있을 수 없다. 물도 떨어졌다. 이전 마을에서 물을 채워 넣었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친 게 후회스럽다. 마침 배낭에 쑤셔 넣었던 사과 한 개가 남아 있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길 가에 있는 키 작은 가시덤불 그늘에 앉아 사과를 한 입 깨무니 달콤함과 시원함이 가득하다. 메세타의 황량함을 일시에 떨쳐버리는 것 같았다.
본문 74p 중에서

딸이 말했다.
“엄마 아빠는 시후의 완치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시후에게 장애를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오히려 시후는 하나님이 특별하게 쓰실 것 같은 아이야. 첫돌이 되기 전에 어떤 의사가 뇌성마비라고 했을 때는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어. 교사라는 내 직업도, 삶 속에서 잠간씩 누리는 여행이나 기쁨보다 빼앗길 것 같아서 두려웠고 싫었어. 그런데 시후가 건강하게 정상으로 자라면서 하나님이 도와주셨다고 간증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장애를 가진 애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 그럼 장애를 가진 아이는 하나님이 버린 게 되잖아. 장애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도 정상인보다 더 의미 있고 멋있게 사는 이들이 많잖아. 엄마 나 이제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어. 시후가 건강한 정상인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이젠 받아들일 수 있어. 감사까지는 되지 않겠지만 요즘 깨닫는 것이 많아.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라는 찬양 가사가 요즘 마음에 많이 와 닿아.”
본문 172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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