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는 내가 유포는 소이가 맡아야 할것이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내가 존재하는 모든 차원에 버퍼링이 걸려버렸다.

권력은 왕과 사대부만의 것이었다. 소수의 특권으로 존재하는 그것을 다수의 백성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해서는 권력의 원천인 지(知)의 분배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知)의 분배를 가능케 할 유일한 방도, 자(字)를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급했다. 이에 군왕 세종은 그의 천재성과 착한 마음씨를 잘 반죽&발효하여 마침내 베리 나이스한 전략을 창안하게 된다. 어리석고 무지한 백성도 열흘이면 족히 배울 수 있을 글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물론, 기득권의 방해는 대단했다. 그는 이 일 때문에 아들까지 잃어야 했다. 그러나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도 그의 굳은 심지를 훼손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과업완수에 대한 의지만 더욱 확고히 했을 뿐이다. 그리하여 그는 최후의 승부를 위해 몇몇을 추려 팀을 꾸렸다. 권력 피라미드의 최상위층에 자리한 임금이 기껏 추려낸 이들은 주로 노비와 여자, 자신을 죽이려던 ex-원수 등이었다.

임금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이 글자를 내놓으려면 두 가지 방책이 필요하다. 바로 반포와 유포다.”
곧이어 한 말씀을 더 하시는데 그 말씀이 바로 오늘의 핫 이슈다.

“반포는 내가, 유포는 소이가 맡아야 할것이다.”

반포는 내가 유포는 소이가…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요상하게도 내가 존재하는 모든 차원에 버퍼링이 걸려버렸다. 버퍼링에 걸려 무한 반복되고 있는 구간은 바로 “반포는 내가, 유포는 소이가”이 부분이었다. 반포는 내가 유포는 소이가… 낯선 대사에서 그 분의 스멜이 느껴진다. 분명 저 말씀은 나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아, 기억이 나질 않아 ㅠ.ㅠ

긍휼의 주님, 더욱 심각해진 영적 알츠하이머증상에 비애를 느끼며(전편 참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본인을 위해 놀랍게도 TV속 편전으로 친히 임하셨다(진짜로). 그리고는 내 기억 저편에 유리되어있던 바로 그 말씀을 친절하게 리바이벌해주신다. 한 음절, 한 음절 악센트를 꾹꾹 눌러 담아서.

“구원은 내가, 전파는 네가 맡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구원은 내가, 전파는 네가 맡아야 한다.”

 파스칼은 말했다. “하나님은 그분의 피조물들에게 원인자가 되는 위엄을 허락하시고자 기도를 정하셨다.” 그러나 그 법칙은 기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분은 우리가 그 분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행동에 그 위엄을 허락하신다. 홀로 모든 것을 완전하게 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신데 말이다.

구원은 하나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구원에 대한 의지는 그의 독생자도 아낌없이 내어주셨을 정도로 확고부동하시다. 한마디로 실패해선 안 될 엄청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그 엄청 중요한 일을 혼자 하지 않으신다. 인간을 동역자로 삼아 일하고 계신 중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당신도 알다시피 일의 속도는 느려졌고 능률은 바닥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인본주의자들의 무차별 공격으로(것도 못하게 무슨 신이야~따위의-_-) 신적 엣지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신다. 끝까지 그렇게 하실 작정이다. 왜냐고 묻는 당신,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다 당신 살리자고 그러시는 거 아니냐.

 하나님의 자기제한은 눈물겹다. 구원. 그 엄청난 영광에 우리를 끼워주시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가고 계신건지 나 따위가 손톱만큼이나 알 수 있을까. 또, 구원의 감격만 간직한 채 복음전파의 직무는 완전히 유기하는 중인 우리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더 돌아서 가셔야 할지 당신 따위가 손톱만큼이나 알 수 있을까.

오직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알고 계신 하나님만이 오늘도 우릴 향해 안타까운 리바이벌을 해주신다. 한 음절, 한 음절 악센트를 꾹꾹 눌러 담아서.

“구원은 내가, 전파는 네가 맡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구원은 내가, 전파는 네가 맡아야 한다.
내가 너를 위해 잠시만 더 지체하고 있겠다.
그러나… 영원히 지체하지는 않을 지니…”

 국인희 프리랜서 작가

< 저작권자 © 크로스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더 많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