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봄에 피는 꽃과 같은 존재입니다”

양화진 목요강좌, 시인 정호승이 말하는 ‘시’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은 시를 만나기에 가장 좋은 계절 같습니다.”

지난 22일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에 초대된 정호승 시인이 강좌를 시작하며 한 말이다. ‘정호승의 시와 살아가는 이야기’란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강좌는 양화진 문화원에서 주최하고 있는 목요강좌 3월 프로그램 세번째 시간으로 마련됐다.

‘수선화에게’,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이별노래’ 등으로 친숙한 정호승의 시는  삶의 어두운 면을 시의 영역으로 끌어와 우리에게 어두움과 인생의 그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정 시인은 “최근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운을 뗏다. 이어 “우리는 봄에 피는 꽃과 같은 존재다. 2012년 봄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우리 삶이 어떠할까? 황폐할 것이다. 꽃이 피기 때문에 내 삶이 아름답고 기쁨에 차는 것이다. 봄날에 피는 꽃과 같은 것이 바로 시”라고 말했다.

▲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정호승 시인 ⓒ크로스로

정 시인은 “인생을 살며 죽기 전까지 바다를, 꽃을 한 번도 보지 못해도 상관없다. 죽기 전까지 모차르트 음악을 듣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꽃을 보지 않고, 바다를 보지 않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않고 죽는다면 그 삶은 배고픈 삶이다”라며 “우리는 육체의 배고픔만 아니라, 영혼의 배고픔도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영혼의 양식이 되는 부분을 찾아내 배고프지 않게 하고 있다. 시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시는 본질적으로 은유다. 그래서 우리가 은유를 이해해야 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정 시인은 “은유는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수사법”이라면서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이런 은유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은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인간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시는 나 자신을 성찰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나를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시인은 자신이 쓴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를 낭독하고 시가 내포한 의미들에 대해 설명했다.

정 시인은 “본디 자장가는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에서는 아들이 엄마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즉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태를 표현했다”며, “만약 이 시를 ‘어머니의 죽음을 위한 자장가’라고 제목을 정했다면 시의 맛이 떨어졌을 것이다. 즉, 시는 감추는 것부터 시작하며 시는 침묵으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시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만만한 사람은 ‘엄마’라고 답했다. “엄마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살아갈 수 있다. 엄마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무조건적이다. 신의 사랑도 무조건적이다. 그래서 신의 사랑에는 모성적 천변이 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모성의 본질은 희생이다. 예수님의 사랑도 희생이었다. 희생이 없으면 예수님은 평범한 존재일지 모른다”며, “희생이 없었다면 신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사랑의 본질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희생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오늘 이 시대를 살면서 각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를 생각하시기 바란다”며 말을 마쳤다.

▲ 양화진 문화원에서 주최한 목요강좌에 참여한 사람들 ⓒ크로스로

이날 강연에서 정 시인은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외에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별노래’, ‘수선화에게’, ‘바닥에 대하여’를 강연 참석자들과 함께 나누며, 인생의 고통, 그늘, 바닥 등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면들에 관해 얘기했다.

정 시인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소개하며, “내 인생에 햇볕만 내리쬔다면 황폐한 사막이 돼버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고통이 있기 때문에, 비라는 고통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인생이 사막화되지 않는다”며 “고통 없는 인생은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시 ‘바닥에 대하여’를 통해, “희망을 잃지 말라고 바닥은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저지르는 죄악 중에 가장 큰 죄악은 희망을 잃는 것이다. 바닥은 왜 존재하는가? 딛고 일어서 희망을 가지라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화진 목요강좌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  선교기념관에서 여름과 겨울 방학을 제외한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진행되며 다음 강좌는 3월 29일 저녁 8시 ‘성서 스토리텔링 1 : 다윗’을 주제로 이어령 박사(전 문화부 장관)와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의 대담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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