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성경 읽기, 이 책으로 경험할 수 있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어린이 성경’ 번역한 손성현 박사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어렸을 적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성경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머니의 무릎에서 듣던 성경 이야기가 쏙 들어왔다.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이야깃거리도 가득하다. 새롭게 선보이는 ‘어린이 성경’ 얘기다. 독일의 신학가이자 작가인 베르너 라우비가 글을 쓰고 삽화가 안네게르트 푹스후버가 그림을 그린 어린이 성경을 손성현 박사가 번역했다. 독일어 원서로는 벌써 10판을 찍었다는 이 어린이 성경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성경에 간디와 마틴루터 킹도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뭔지 손 박사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어린이 성경을 번역하게 됐나?

▲ 독일어 ‘어린이 성경’ 번역한 손성현 박사

교회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경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좋은 어린이 성경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기존에 나와 있는 어린이 성경은 내용뿐만 아니라,그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실린 그림들도 그런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것이지만 내용도 충실하고, 그림의 수준도 높은 어린이 성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독일 유학 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5년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한인교회에서 어린이반을 맡았었는데 이 성경을 만나고 아주 반가웠다. 특별히 성경 안에 있는 그림들이 좋았다. 그림들을 복사해서 서재에 붙여놓고, 묵상하기도 했다. 이 성경에는 일반 어린이 성경에 나오지 않는 깊이 있는 그림이 많이 있다.

사가랴가 요한을 안고 있는 모습이 아주 아름답고 좋아서 붙여놓고 명상하기도 했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받으신 이야기다. 이 성경의 삽화를 보면 예수님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탄은 위압감을 주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 예수 안에서 물질. 명예. 권력 지향적 삶으로 유혹하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유혹에 넘어간 인간은 풍요의 상징인 황금을 잡고 있으나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고, 그 유혹을 이긴 인간은 고난을 상징하는 가시나무를 들고 있지만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그림이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는다면 성경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번역을 맡은 어린이 성경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어린이 성경 표지

귀국 후에 ‘독일의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됐던이게 뭘까란 어린이 동화책을 번역했는데 그림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림을 그린 안네게르트 푹스후버의 평생소원은 어린이 성경 삽화를 그리는 것이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분이 온 힘을 다해서 그린 책이다. 보면 볼수록 자꾸만 빠져드는 훌륭한 그림들이다. 상식적이 성경 이해에 근거한 그림이 아니라 성경과 관련된 많은 고증 자료를 참고하며 열심히 공부해서 정성껏 그리 그림들이다. 기존의 성경은 등장 인물들을 대부분 서구인으로 그리는데, 이 성경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피부, 그들의 얼굴, 그들의 삶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라헬을 잃은 야곱이 갓난 베냐민을 옆에 두고 슬피 우는 모습을 담은 삽화 등을 보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그림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것을 알 수 있다. 수채화로 그린 그림들은 색감에서 어린이들을 고려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어린이 성경이 본래 성경의 내용에 임의로 다른 내용을 집어넣거나 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어린이 성경의 본문은 최대한 성경의 흐름을 따르면서, 그 내용을 가감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필됐다.

이번 책은 기독교 출판사가 아니라 일반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성경을 잘 알지 못했던 편집인과 교정자들이 이 성경을 읽으면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성경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게 됐다는 말을 전해 왔을 때 대단히 반가웠다. 성경에는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이 잘 나타나 있는데, 성경이 마치 윤리 교과서처럼 혹은 무서운 얼굴로 학생들에게 훈계만 하는 엄격한 선생님과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성경은 윤리적인 명령이기 이전에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배어 있다. 성경 속에서 때때로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면 거울 앞에 선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린이들만 아니라, 성경에 친숙하지 않은 현대인들도 이 어린이 성경을 읽게 되면 성경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성경이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잘 만든 어린이 성경이란 어떤 건가?

▲ 예수님이 사탄의 시험을 당하는 모습

성경이 담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경 전체의 흐름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내용이 반드시 담겨 있어야 한다. 또한, 어린이들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그림과 어린이들이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친숙한 언어가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한 번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부드러운 이야기만이 아니라, 가끔은 무섭고 슬프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적절하게 들어 있어야 한다.

▲ 산상수훈에 등장한 야누쉬 코르착과 마틴루터 킹

어린이 성경의 중요성이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은 잘 알다시피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다. 기차나 카페에서, 아이가 울면 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달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길들여지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독교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가 가르쳐 준 어머니 무릎학교를 떠올린다. 모든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학교가 어머니 무릎학교다. 그 학교에서는 어머니가 어린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이다.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서 어머니의 피부를 느끼고, 피부의 감촉을 느끼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느끼고, 온기를 느끼면서 성경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동영상, 디지털 정보에 너무나 많이 노출된 세대에게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성경은 본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지 않았는가? 나에게 가깝고 중요한 누군가가 그의 목소리로 전해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성경에 담겨있는 꿈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또 성경을 들려주면서 디지털 교육이 줄 수 없는 또다른 감수성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세상은 우리에게 외적인 부와 풍요와 아름다움이 전부인 것처럼 호도하는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돈과 권력과 외모가 있어야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속삭이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성서는 우리의 삶이 가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와 동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성경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야 한다.

또한 어머니는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발간된 어린이 성경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산상수훈이다. 거기에는 마더 테레사, 마틴 루터 킹, 소피 숄, 마하트마 간디 등 산상수훈을 몸으로 살아낸 사람들의 그림이 나온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그 그림들을 보면서 산상수훈이 그저 먼 옛날의 가르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독일에서 종교교육학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종교교육학 중에서도 성서교수학을 공부했다. ‘성경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학문 분야이다. 고민 끝에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 맥락에 따라서 의미 있는 대답들이 있고,내가 어떤 답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만나는 학생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떤 삶의 맥락 속에 있는가를 유심히 살피고 정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함께 배우는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아무리 성경을 가르치는 좋은 방법이 있어도 이런 이해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다. 한국에 와서 신학교 학생들과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같이 내용을 만들고, 모델을 만들고, 교회에서 활용도 해보고 있다. 이론적인 작업들이 현실성이 있는지 시험해 보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결과물을 책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성경과 삶 사이에 소통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비블리오드라마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비블리오드라마는 어떤 것인가?

▲ 사가랴가 요한을 안고 기뻐하는 모습

성경을 읽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비블리오드라마는 성경 이야기를 즉흥극으로 재현하는 것이다.한마디로 성서의 이야기를 몸으로 읽어보는 것이다.성경을 보면, 쓰여 있는 것만 보고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침묵에 관해서는 얘기가 없고, ‘사람들이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에 대한 얘기도 없다. 무의식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내용보다 알 수 없는 여백이 크다.

그런데 성경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재현하다 보면 그 여백을 내 삶의 이야기로 채울 수 있다. 성경의 이야기가 내 삶의 이야기와 포개지는 것이다. 즉 내 삶의 여러 가지 경험들이 성경 안에 잠재된 경험들과 맞물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성경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면서 그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성경이 나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로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진다.

이 방법은 자기 성찰 능력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청소년, 청년들한테 추천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교육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자기 성찰을 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들이 더욱 성경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만나는 경험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비블리오드라마는 치유가 일차적인 목적이 아니라, 성경을 더 열린 눈으로 보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비블리오드라마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독일에서 알고 있었다. 한국에 와서는 실제로 비블리오드라마를 지도하고 있는 김세준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그 세계를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비블리오드라마, 사이코드라마, 엑션메소드 입문과정에 참여하면서 비블리오드라마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제대로 알게 됐다.

어린이 성경 교육은 주로 교일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교회학교 교사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어린이 신앙 교육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성경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성경을 전하는 데는 일방적인 가르침, 훈계가 아니라 이야기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가 성경을 고를 때는 아이들에게도 재미가 있지만, 가르치는 본인도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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