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신을 잊는 건 바로 이 애비를 잊는 것”

뮤지컬 <라이온 킹>의 메시지

기독교의 핵심은 무엇인가?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들을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친히 이 땅에 육신을 입고 오셨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으로써 죄의 대가를 지불하셨다는 것이다. 살아있지만 죽은 것처럼 살아가던 사람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함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그래서 기독교는 ‘생명’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아무런 소망을 찾지 못한 채 절망에 빠져 결국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고 있다. 그런데 정작 성도들은 이들에게 소망에 관한 이유를 제시해 주지 못한다. 주님께서는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어 밖에 버려져서 발에 밟힐 뿐이라고 경고하셨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그토록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아무런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성도된 자신을 아픈 마음으로 돌아보고 회개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아무런 가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진정한 문제는 성도가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영혼에 대해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맹인들이기에 교회의 강단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물질적 축복이 마치 구원의 전부인 양 선포된다.

과연 하나님의 자녀인 성도란 어떤 존재인가?

신앙이라는 것이 각박한 현실의 장벽 앞에서 어떠한 작용을 하는가?

디즈니에서 1994년에 나온 애니메이션을 1997년에 뮤지컬로 만든 <라이온 킹>(The Lion King)을 통해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백여 년 남짓한 뮤지컬의 역사에서 그 저변을 뒤흔들었던 두 차례의 충격은 1971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혜성같이 등장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출현과 1994년 <미녀와 야수>로부터 시작된 디즈니 사의 뮤지컬 진출이라 할 수 있다.

로이드 웨버가 <에비타>(1979), <캣츠>(1981), <오페라의 유령>(1986)과 같은 불멸의 명작들을 통해 뮤지컬을 현대 문화의 중요한 쟝르로 확립하였다면, <미녀와 야수>(1994), <아이다>(2000), 그리고 <라이온 킹>으로 이어지는 디즈니 사의 뮤지컬 진출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가족 애니메이션 제작의 노하우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문이 활짝 열렸음을 의미한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들이 보유한 엄청난 콘텐츠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것은 뮤지컬 팬들로서는 꿈과 같은 일이다.

뮤지컬 내용은 애니메이션과 거의 동일하다. 초원의 왕인 사자 무파사가 다스리는 프라이드 랜드(Pride Land)에 큰 경사가 생겼다. 바로 무파사의 아들 심바가 태어난 것이다. 수많은 동물들이 왕궁 앞으로 몰려들어 축하를 하나, 왕위를 탐내는 무파사의 동생인 스카에게는 달갑잖은 일이다. 어느 날 스카는 심바를 협곡으로 유인해 위협에 빠뜨리고, 무파사는 가까스로 심바를 구출해 내고 자신은 목숨을 잃고 만다. 스카는 이 모든 것이 심바의 잘못이라고 몰아세워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게 만들고 자신이 무파사의 왕위를 계승한다. 생명의 위협과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힌 어린 사자 심바에게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가 다가와서 위로한다. (1막)

▲ 프라이드 랜드의 동물들이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장면.

시간이 흘러 스카를 피해 도망친 심바의 옛 여자친구 나라는 우연히 늠름하게 성장한 심바를 만나게 되어 스카의 학정으로 피폐해진 프라이드 랜드의 상황을 들려주며 왕국을 다시 평화로운 곳으로 되돌리라고 설득한다. 죄책감을 떨치지 못해 망설이는 심바에게 무파사의 영이 나타나 격려하고, 이에 용기를 얻은 심바는 다시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온다. 스카와 피할 수 없는 싸움을 치르고 승리한 심바는 마침내 왕위에 오르고, 나라와의 사이에서는 새로운 왕자가 태어난다. (2막)

내용이 애니메이션과 유사하다고 해서 이 뮤지컬을 한낱 아동용 수준이라고 지레 짐작한다면 그 선입견은 막이 오르는 순간 사라진다. 대자연 속에서의 ‘삶의 순환’(Circle of Life)을 노래하는 마법사 라피키의 노래와 함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미국의 실험적인 극단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림자 인형극(wayang kulit)과 일본의 가면극 등을 익힌 연출가 겸 디자이너 줄리 테이머(Julie Taymor)는 뮤지컬 역사상 전무후무한 시각의 충격을 준다. 기린, 치타, 얼룩말, 가젤, 코끼리, 코뿔소 등의 동물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곧 이어 등장하는 노래하는 캐릭터들인 무파사와 스카, 도도새 자주와 미어캣 티몬의 연출에서도 사람이 움직이는 것임을 애써 감추려 들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이 스스로 사람을 지우고 캐릭터에 빠져들도록 하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뮤지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아프리카 초원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음악에 있다. <더 서클 오브 라이프>(The Circle of Life),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의 애니메이션에 사용되었던 곡을 바탕으로 8곡을 추가하였는데, 그 중 세 곡은 팝의 전설 엘튼 존과 뛰어난 뮤지컬 작사가 팀 라이스의 작품이다. 나머지 음악들의 작곡과 기존의 음악에 아프리카 음악 특유의 소울을 더한 사람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곡가 레보 M(Lebo M)이다. 특히 무대를 여는 라피키가 부르는 <더 서클 오브 라이프>는 생명력 넘치는 아프리카 음악의 진수를 들려준다. <더 서클 오브 라이프>의 유튜브 동영상 :  http://youtu.be/SQyx2PWyC2I

<라이온 킹> 최고의 장면은 무파사가 들소 수천 마리에게 짓밟혀 죽임을 당하는 협곡 씬이다. 테이머는 이 장면을 놀랍게도 원통 롤러 몇 개로 해결하였다. 원근법을 활용하여 크기를 조절한 들소 모형이 부착된 롤러가 돌아가면서 들소들이 마구 뛰면서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 협곡에서 달려오는 들소 떼를 피하는 심바.

압권인 이 장면에서 아들을 살리기 위한 무파사의 희생이 주는 감동은 배가되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바로 여기에서 나를 위해 이 땅에 오셔서 대신 죽으신 주님의 은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성도들은 이러한 중압감을 지탱하면서 살지 못하고 복음이 주는 진정한 메시지를 그저 자기 위주의 편리함으로 치환(置換)한다.

과거의 아픔을 잊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여 살아가던 심바에게 무파사의 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넌 날 잊었구나. 네 자신을 잊는 건 바로 이 애비를 잊는 것. 너의 마음을 들여다봐라. 지금의 넌 네가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한다. 기억해라. 넌 나의 아들이자 진정한 왕이다. 네 자신을 잊지 마라.”
–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The Lion King) 중에서

성도는 포도나무이신 주님과 연결된 가지로서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주님께로부터 끊임없이 ‘일용할 양식’인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받아야 성도의 생명이 유지된다. 주님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무력함과 왜소함, 그리고 사탄이 심어주는 죄책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히면 그 누구도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심바가 떠나버린 ‘프라이드 랜드’(Pride Land)가 ‘쉐도우 랜드’(Shadow Land)가 되어버린 것처럼, 오늘 우리 사회가 이토록 암울하고 절망만이 가득한 땅이 되어버린 이유는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 성도답게 살지 못하는 나 자신의 비겁함과 무책임함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결말에까지 이르는 자기 이야기를 쓸 책임이 있다. 잘 쓰기 위해서는 내 초안이 엉망이며 상당 부분 편집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진솔함과 깊이와 열정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 댄 알렌더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 중에서

태초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땅의 모든 것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을 주셨다.(창 1:28) 하지만 죄로 인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린 사람들은 세상이 주는 메시지에만 온통 귀가 열려져 끊임 없이 절망하게 된다. 자신의 존귀함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세상의 피조물의 귀함을 어떻게 알겠는가? 오직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시는 주님을 믿는 성도만이 이 땅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모든 생물의 귀함을 인정하고 지켜가는 ‘생명의 삶’을 살 수 있다.

어느 날 이 땅에 태어나서
눈부신 빛의 순간 속에
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일이
세상에는 너무 많이 있어

어떤 시련이 온다 해도
주어진 소명 그 속에서
오늘도 태양은 사파이어 빛으로
우리의 낙원 비춰주네

이것이 삶의 순환
영원한 생명
믿음으로 희망이
희생으로 사랑이

멈추지 않는
순환 속에서
살아가리라
The Circle of Life

– <The Circle of Life> 한국어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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