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운정호수공원에 사람 꽃이 무리지어 피었다. ‘운정호수공원 지킴이 발대식’이라는 이름으로 30여 단체들과 제9사단 장병들 그리고 관심 있는 지역 주민들까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운정호수공원 여기저기 산소 벌초하듯 제초기로 풀을 베고 잘라놓은 풀들은 트럭으로 옮겼는데, 일정 구역은 시민들의 손으로 가꿀 기회를 주려고 한다.
8월 말쯤이면 새콩, 새팥, 서양벌노랑이, 여뀌 같이 자잘한 꽃들만 많이 피기 때문에, 바람 한 번 불면 초록 물결이 일렁거려 시원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어른 키만큼 쑥쑥 자란 단풍잎 돼지풀들이 터줏대감처럼 산재해 있고, 덩굴 식물들이 세상 넓은 줄 모르고 뻗어 키 큰 나무를 제외한 키 작은 관목들이나 웬만한 식물들은 숨 쉬기 조차 힘들다. 그리고 살짝 스쳐도 긁히고 옷에 붙는 환삼덩굴이 이쯤이면 꽃을 피우는데, 알레르기 유발 물질 때문에 비염이 있는 사람들은 괴로워하는 식물로 지천이다.
두 달 전에 민선6기 파주시장으로 취임한 이재홍 시장님도 운정 주민이다. 취임 후부터 일요일이면 일찍 나와 이곳을 가꾸기 시작했다. 산책 하던 주민이 수고하는 손길에 인사를 하고 보니 시장님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운정호수공원 지킴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한테 지시를 해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는일인데, 몸소 모범을 보인 것에서 잔잔한 감동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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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대식을 하는 날도 시장님은 소매 여기저기 얼룩이 진 티셔츠를 입고 나오셨다. 아마 풀물이 들었나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시간 내내 낫으로 풀을 벤 시장님과 참여한 많은 사람들 모두가 진정 멋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여러 행사에 나타나 행사 참여보다는 인증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는 일부 지도층 사람들과 비교 되어 더 그렇게 보인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큰 에너지를 발생 시키는 것과 같아, 여럿이 협동하여 일을 하면 그 성과는 배가 되고 기쁨은 함께 한 사람만큼 커진다. 제초기가 윙윙 대도 시끄러운 소리로 들리지 않고, 땀이 줄줄 흘러도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운정호수공원을 생태 공원으로 관리하긴 어렵겠지만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원이었으면 좋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노래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모르더라도, 이름조차 불리지 못하고 잡초라 불리는 식물들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씨앗이 날아와 자라면 자라는 대로 함께 가꾸되, 공원의 특성상 산책하는 사람들한테 피해가 심한 경우에는 정리를 하면 좋겠다. 단풍잎돼지풀이나 환삼덩굴은 꽃이 필 때 알레르기 유발물질 때문에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주거나, 칡덩굴처럼 다른 식물들을 감고 올라가 햇빛을 가리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식물의 경우에는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한 여름 말고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어린 개체를 정리하면 훨씬 수월 하겠다.

잘라 놓은 풀더미 위에 참개구리 한 마리가 튀어 올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풀이 우거지면 모기를 비롯한 곤충들이 많아져 사람들은 좀 불편하겠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개구리는 먹이가 많아 좋고 몸 숨길 곳도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풀을 다 베어버리고 나니 겁에 질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달아난다.
나는 이곳 운정호수공원에서 생태수업을 하고 연재 글을 쓰느라 모니터링을 한지 꽤 되었다. 몇 주 전부터는 생태지도를 만들려고 조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오늘 손질한 이 구간을 며칠 전 했으니 망정이지 나도 개구리처럼 가슴을 쓸어내릴 뻔 했다. 공원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좋아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파괴되지 않은 자연친화적인 생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손질된 공원이 마음에 안 든다. 어느 날 갑자기 대머리로 빡빡 깎인 것처럼 황망하다. 앞으로 어떻게 공원을 가꿔 나가는 것이 좋을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방향을 잡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운정호수공원 지킴이’의 한 사람으로 공원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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