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이라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겨자씨 2020. 봄(Vol40) – 2020 SPRING Special Theme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에 집중하고 계십니까?
선교지 밀알

러시아 땅 고려인 향한 사랑
소수민족이라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글 · 강성광 선교사(러시아)

고려인 사랑, 삼일문화원

안녕하세요.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사역하고 있는 강성광, 권주영 선교사입니다. 겨자씨를 통해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1년 전 전해 드린 볼고그라드 쁘리모르스크교회 사역에 이어 이번에는 삼일문화원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삼일문화원에서 연 한국 문화 체험 행사 중 붓으로 한글 쓰기. 좋아하는 K팝스타, 지명, 이름 등 글씨가 수줍급이다

저희가 선교지에서 삼일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 “이런 일들이 어떻게 복음 전파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습니까?”라는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사역도 선교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질문에 바로 답을 드리기보다 삼일문화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삼일문화원은 저희의 선임(현재는 은퇴) 선교사님이신 이형근 목사님께서 고려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1995년, 모스크바에 세운 단체로 당시로서는 꽤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선교사님이 은퇴하시기까지 약 15년간 매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다가 은퇴 이후 이어갈 사람이 없어 근 10년간 방치되었고 존폐 위기 속에서 저희가 이양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이양을 받은 것도 동일하게 고려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음력 달력 배포 작업 중. 그동안 러시아 남·서부의 고려인들에게만 배포했는데 벨라루시 민스크고려인협회의 요청으로 올해부터 보낸다
한글 학교 학생 모집 오리엔테이션(2019년 8월, 볼고그라드주립도서관). 현지 고려인 단체 미리내와 협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매해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신청을 한다. 교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찾아 뵙는 이형근 선교사님과 우리 가족. 현지 사역에 대해 조잘조잘 말씀드리면 너무나 재미있게 들어주신다. 몇 년 전 실명을 하셔서 사진을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한-러 간 학술, 문화 교류 행사 펼쳐

제 아내 권주영 선교사는 20대 방황하던 시절 아버지께서 선교사로 사역하시던 우즈베키스탄에서 8개월 간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개인적인 회심을 경험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복음을 전했던 첫 대상이 고려인이었습니다. 이후 한국에 와서 고려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대학원에서 고려인 역사로 학위를 밟아갔습니다. 그러던 중 프로젝트 연구차 떠났던 볼고그라드에서 이형근 목사님을 만나면서 조금씩 사역에 동참해 왔습니다.

삼일문화원의 궁극적인 목적은 딱 하나입니다. 고려인들이 러시아 땅에서 소수 민족이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확실하게 뿌리내리고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존중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주로 한-러 간 학술, 문화 교류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펼쳐 왔습니다.

가령 러시아 내 한국학 학자들의 도서 출판을 지원하고, 한-러 관계사를 중심으로 수십 차례의 학술 대회를 개최하고, 한국의 문학 작품을 번역하여 러시아 현지에서 출판하는 일 등입니다. 또한 고려인들에게는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한국어와 한국 역사, 문화 등을 꾸준히 가르쳐왔습니다.

현재 삼일문화원은 삼일문화원 2.0으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주 활동 무대를 모스크바, 뻬쩨르부르그 등의 대도시에서 한국학 기반이 약한 러시아 남부로 옮기고 법인 주소도 볼고그라드로 이전 중입니다. 감사하게도 2019년 가을부터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지원을 시작해 주신 덕분에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또 삼일문화원에서 활동할 회원들도 러시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차세대 젊은 학자들로 조금씩 교체하고 있습니다.

볼고그라드국립대학교에 개설한 한국어 강좌. 2019년 9월 첫 수업 때의 모습. 유료 강좌인데도 많은 사람이 신청해서 출발이 좋았다

한글, 한국 문화 전파

저희가 실제적으로 하고 있는 일을 조금 소개해드리자면 쁘리모르스크 시골과 볼고그라드 시내, 두 군데에서 각각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가을 학기부터는 볼고그라드국립대학교 내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해 연말이면 7,000부 정도의 음력 달력을 제작하여 러시아 서남부 25여 곳의 고려인 공동체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매우 보람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는 한국어 수업 외에 정기적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 행사를 기획,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앞으로 학술 대회 개최, 도서 번역 출판 등의 활동도 계획, 준비 중에 있습니다.

겉모양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과 활동은 이전과 거의 비슷합니다. 분명 교회와는 다른 형태의 사역이지만 고려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교회와 동일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앙과 더불어, 삼일문화원 사역이 러시아 사회에서 고려인들이 어깨를 펴고 살아가게 만드는 또 다른 날개가 되어 주기를 원합니다.

이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더 많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