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겨자씨 2020. 봄(Vol40)-강혜미 기자의 고전영화

로맨스 영화가 담고 있는 반전
티파니에서 아침을

글 · 강혜미

우아하게 올린 머리와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 화려한 진주 목걸이에 선글라스까지. 한눈에 봐도 상류층인 듯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 그녀가 뉴욕 최고의 보석상인 티파니의 쇼윈도 앞에서 크루아상과 커피를 먹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반전이 있다면 그녀는 매우 기품 있고, 우아해 보이지만 실은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하층민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불우하게 자란데다 나이 많은 남자와의 결혼 경험도 있는 할리는 돈을 벌기 위해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린다. 돈 많은 부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그런 그녀의 집 위층에 잭이 이사를 온다. 예나 지금이나 배고픈 직업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작가인 그는 고작 단편소설을 냈을 뿐이며, 상류층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궁핍함을 해결한다.
비슷한 처지의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친분을 쌓는다. 누가 봐도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늘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할 뿐 섣부르게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기침과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첫 데이트를 즐긴다.

이후 잭은 상류층 여성과의 관계를 끝냄으로써 할리를 향한 마음을 굳히지만 할리는 다르다. 부유한 호세와의 결혼을 추진하며 상류층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 그런데 호세와의 결혼을 위해 남미로의 출국을 앞두고 있던 때 일이 터지고 만다. 돈을 벌기 위해 교소도 면회 심부름을 했던 일이 문제가 되어 할리는 기소되고, 결국 호세와의 결혼은 파투가 난다.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녀에게 다시 고백하는 잭, 그러나 상류층을 향한 그녀의 동경은 그를 밀어내버린다. 잭은 따끔한 충고를 던지고 돌아서게 되고, 진심을 깨달은 할리가 그에게 향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는 상류층이 되고자 하는 욕구는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1960년대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씁쓸한 사실이다. 최근 세계적인 영화제를 휩쓴 영화 <기생충>도 비슷한 씁쓸함을 남겼더랬다. 그저 돈의 있고 없음에 따라 나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의 선. 그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오드리 햅번의 사랑스러운 이미지 덕분에 선남선녀의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할리가 호세와의 결혼에 성공했다면 과연 그녀는 행복했을까? 원하던 상류층의 자리에 오르긴 했어도 아마 행복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영화 막바지에 잭이 던진 대사에 들어 있다.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속하며 살아가. 그게 유일한 행복의 기회니까.”
사랑을 포기한 삶은 행복할 리가 없지 않을까?


또 한 가지 들었던 생각은 무척 단순한 감상이다. 오드리 햅번은 지나치게 아름답다는 생각. 첫 장면부터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려 60년 가까이 된 영화인데도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아름다움은 왜 다들 오드리 햅번에 열광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오밀조밀하게 예쁜 생김새와 지금 입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듯한 옷차림. 이 아름다운 여성은 얼굴뿐 아니라 마음까지 예뻤던 사람인 모양이다. 배우 은퇴 후 자선사업가로 전향한 그녀는 암 투병 중에도 오지를 찾아 봉사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화면 밖 나이가 들어버린 모습마저도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삶이 아름다웠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할리처럼 얻지 못할 것을 좇아 살아가고 있는 건은 아닌지, 영화 밖 오드리 햅번처럼 삶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말이다. 바라건대 후자의 삶을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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