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 황새와 흑두루미

수필

과부 황새와 흑두루미
-새들에게 배우다-

글 김은숙 (필명 김지형)

인간이 때로는 새만도 못한 존재인 것 같다. 존속을 해치는 악한 범죄가 언론에 나올 때는 몸서리가 쳐지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새들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새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접하게 될 때, 놀라움과 인간으로서의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1994년 겨울, 충북 음성의 과부 황새로 알려진 우리나라 마지막 텃 황새가 죽었을 때, 과부 황새의 일생이 화제가 되었다. 이 황새 한 쌍의 등장은 6.25전쟁 후, 거의 사라져 천연기념물(199호)로 지정되었기에 나라의 좋은 징조로 여기고 주민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 기쁨도 잠시 3일 후, 밀렵꾼의 총에 수컷 황새가 죽고 말았다. 이후로 이 과부 황새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함께 둥지를 틀었던 곳에서 무정란을 낳으며 이리저리 배회하다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빈사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후, 서울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고 살아나 서울대공원에 수용돼 보호받다가 자연사했다.

그동안 과부 황새는 간혹 러시아 등지에서 날아든 다른 황새와도 짝을 맺지 않았고, 인공번식을 시도하는 등 여러 차례 개가(?)시키려는 노력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였다고 한다.

황새의 번식은 어렵게 되었지만 과부 황새의 절개(?)만은 우리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오늘 아침 50대의 주부가 수십 년을 살아 온 남편을 돈 문제로 청부 살해했다는 끔찍한 뉴스를 보았다. 이 부인은 황새보다 못한 여인이다.

일찍이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는 그의 산문 「참새」에서, 산책 중 자신의 사냥개 앞에 떨어져 파닥이고 있는 새끼 참새를 구하려고, 어미 참새가 괴물같이 엄청나게 거대한 사냥개 앞에 사력을 다해 대항하는 모습에 놀랐다. 이 기세에 기가 눌린 사냥개는 우두커니 서 있다가 뒷걸음을 쳤다고 한다. 이 작은 참새의 모정만도 못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

기록을 갈아치운 올 폭염에 또 하나의 감동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울산 지역에서는 어미 왜가리가 새끼들에게 자신의 날개를 펼쳐 뜨거운 태양 볕을 피해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태양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위치를 바꾸면서 자신은 쏟아지는 뙤약볕 아래 하루 종일 서서 보호하다가 저녁이 되면 먹이를 구하러 나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를 벌써 열흘 이상을 계속하고 있다. 이 어미 새들의 모정은 감탄을 넘어 숭고하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흑두루미 아홉 마리가 북쪽으로 이동하다 새끼 한 마리가 다리를 다쳐 낙오되자 어미 두루미도 남아서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모습이 강릉의 무논에서 포착되었다. 새들의 세계에서는 비행의 대열에서 낙오되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어미는 새끼 곁에서 죽기를 각오한 것이다.

차마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이 빈번히 일어난다. 대표적인 예로 원영이 사건과 고준희 양 사건을 들 수 있다. 7살 어린 원영이를 추운 겨울에 속옷만 입혀서 3개월 동안이나 차가운 목욕탕에 가둬놓고 굶기고 때리기를 계속했고, 온몸에 락스를 들이붓고 찬물을 끼얹는 모진 학대는 끝내 아들이 죽음에 이르고서야 끝이 났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는 5살 준희 양의 친부와 계모는 학대하다 숨진 딸을 암매장한 후, 실종 신고를 내고 살아 있는 것처럼 연극을 하는 간악한 죄를 저질렀다. 인간이 어찌 이리 잔인하고 악할 수 있을까? 이런 인간들 앞에 인면수심이란 말도 아깝다. 동물들이 들으면 반박할 것 같다.

새들도 어미 목숨을 걸고 새끼들을 보호하는데 친부모들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도 죄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는지 분노가 치민다.

인간의 비뚤어진 이기주의와 욕심은 자식도 몰라보고 자신만이 편하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것일까. 아무리 그 심리를 분석해 보려고 해도 해답이 없다.

새들에게서 우리가 교훈을 얻고 배울 점은 너무나 많다. 그들은 원칙을 어기지 않으며 술수를 모른다. 지혜는 있어도 꾀는 부리지 않는다.

철새의 비행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지혜로운지 알 수 있다. 환경이 바뀌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 그들의 철칙이다. 바뀐 환경에 그대로 머물고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수만리 장천을 무리지어 나르는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목적지까지 지구를 몇 바퀴 도는 그 장정을 그들은 어떻게 찾아갈까. 낮에는 태양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며 방향을 잡고 서로 소리를 내며 격려를 한다고 한다.

선두에서 인솔하는 새는 힘이 떨어질 때쯤엔 서로 순서를 바꾼다. 이들에겐 싸움도 없고 분쟁도 없다.

이렇듯 그들만의 세계에서 순리대로 살아가는 새들에게서 교훈을 얻으며 인간이 짓는 많은 죄를 속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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