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오 마이 캡틴! 죽은 시인의 사회

강혜미 기자의 고전 영화 TOP4

캡틴, 오 마이 캡틴!
죽은 시인의 사회

글 강혜미

미국의 명문인 웰튼 아카데미. 전통과 명예, 규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곳은 학생들을 아이비리그에 보내는 것이 목표이다. 이곳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겠다는 부모의 계획 아래 계약 노동자처럼 끌려 다닌다. 우리네 입시교육이 그러하듯 웰튼 아카데미의 수업은 딱딱하고 지루하며 엄격하다. 그런 가운데 전혀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는 키팅 선생님이 등장하여 학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자신도 웰튼 아카데미의 졸업생으로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키팅은 자유로운 수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일깨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는 어렵지만 인정받는 것보다 스스로의 신념이 특유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선택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 과감히 책상을 밟고 올라서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보라고, 바보 같더라도 목소리를 내어 새로운 시도를 하라고 다독인다. 그 유명한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라는 말도 이 영화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키팅의 수업은 학생들을 변화시킨다.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던 닐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극 무대에 설 결심을 하고, 잘난 형의 그림자에 가려져 자신감이 없던 토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녹스는 사랑을 향해 용기를 냈으며, 찰리는 퇴학을 각오하고 학교의 규율에 정면 반박을 시도한다.

그저 정해진 틀 안에서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않던 학생들의 변화에 학교는 당황하고 만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부모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학교는 책임질 사람, 즉 희생양을 찾는다. 예상대로 그 희생양은 키팅이 되지만 선생님을 보내는 학생들은 책상 위로 올라서며 ‘캡틴, 오 마이 캡틴’을 부르짖으며 존경을 표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십여 년 전쯤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입시교육의 폐단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보다 깊은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첫 번째는 키팅을 보며 예수님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키팅은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경멸의 눈빛을 견뎌야 했고, 입시에 집중하라는 교장의 압박에도 시달린다. 그 고통이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스승으로서의 희생임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그를 고발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키팅은 학생들에게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온화한 표정으로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이미 그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교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책상을 밟고 일어선다.

2천 년 전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던 제자들도 비슷했다. 결정적 순간에 예수님을 부인했고, 후회하며 번민했다. 지금의 우리도 다르지 않다. 교회에서는 참 그리스도인으로 앉아 있지만 세상에 나가면 예수를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예수님을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키팅의 제자들이 책상을 밟고 올라섰듯이 우리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발판 삼아 세상 위에 우뚝 서기를 조심스럽게 소망해 본다.

두 번째로 생각하게 된 것은 신념을 지키는 것에 대한 부분이다. 키팅은 스스로 생각할 것에 대해 유난히 강조한다. 타인에 의해 움직이는 삶이 아닌 자신의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삶을 살라는 조언이 무척 인상 깊다. 그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구절을 인용한다.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적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는 구절. 그리스도인이 선택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은 좁고 험한 길이다. 프로스트의 시처럼 우리는 용기 있게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 간혹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괜찮을 거야 하는 생각으로 보다 넓은 길, 쉬운 길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이 어찌나 불안한지 결국 하나님 앞에 눈물을 쏟으며 회개하고 다시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들인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내게 신념을 지키라는 키팅의 말은 작은 위로가 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캡틴, 오 마이 캡틴’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주님을 바라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는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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