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때, 우리를 고민하게 하는 것들

청년 광장

청년 5인 토론
청년의 때, 우리를 고민하게 하는 것들
– 존중(尊重) :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 –

 

‘존중의 언어, 세대 간 차이일까?’, ‘성 역할 고정관념, 결여된 존중을 말하다’란 주제로 청년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함께 향기로운 들녘을 이루는 들꽃처럼 가치관과 세대가 다르더라도 존중하며 아름다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취재 유동규

생김새, 키, 생존 방법 모두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며 향기로운 꽃밭을 이루는 들꽃처럼 세대와 가치관이 달라도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면 아름다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존중의 언어, 세대 간 차이일까?

하람 :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기성세대의 언행에 존중의 의미가 결여되어 있는 점이 우리가 세대 간 갈등을 경험하는 가장 큰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언행에서 오는 오해나 관계의 상처가 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윤 : 저는 학교에서 동료 선생님이 제게 반말로 툭툭 말을 뱉으며 말씀하시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다행히 시간과 관계가 쌓이고 나니 배려하고 챙겨주시는 게 보여요. 심지어 어린 제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는데도 ‘어린 네가 뭘 안다고!’하는 반응이 전혀 아니었어요. 덕분에 그분에게 있어 반말은 하대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주원 : 예전 교회에서 봉사할 때였어요. 다른 부서 선생님이 예배 시간에 갑자기 들어와서 예배당 앞쪽 창고를 열어야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본인보다 어려 보였는지 전도사님께 다짜고짜 “야, 저거 어떻게 열어?”라며 자기 말만 해서 화가 났던 적이 있어요. 상대방이 나이가 어리다고 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본인만 편한 언어를 쓰는 것 같아요.

연우 : 아르바이트 할 때도 예의 없는 어른들이 무척 많아요. 반말을 하거나 “이거 하나!”라는 식으로 말이 짧죠. . 자기 자식이라면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할까 싶죠.

예담 : 저희 엄마도 뭘 주문할 때 “(손가락에 카드를 끼운 채 손짓하며) 그거 하나 주세요.”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께 받는 사람은 기분 나쁠 수 있는 손짓이라고 말씀드렸죠. 알겠다고 하셨지만 습관적인 부분은 잘 바뀌지 않더라고요.

하람 : 저도 비슷한 부분에서 아빠께 도대체 왜 그렇게 말씀을 하시냐고 부딪친 적이 있어요. 서로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달랐죠. 부모님께서 무슨 말을 해도 형과 제가 그건 아니라고, 무례한 거라고 딱 잘라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저희랑 대화하기가 두렵다고 하시면서 본인의 가치관과 습관이 부정당한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엄청 죄송했죠. 그렇다고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세대 간 존중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를 우리만 느끼는 건 아니라는 거죠.

정윤 : 저희 집도 그래요. 사실 기성세대의 언행에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의 예민한 의도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한 교수님이 요즘 학생들은 상처 받기 쉬운 만큼 주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민감한 것 같다고 하신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본인 세대가 느끼기에는 지나칠 만큼 조심하는 것 같다고요. 세대의 기준이 정말 다른 것 같아요.

하람 : 맞아요. 그냥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시대를 살아왔잖아요. 존중의 의미와 언어가 서로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타국의 문화를 대하거나 받아들일 때처럼 기성세대의 존중의 문화를 받아들이면 지금처럼 아예 틀렸다고 밀어내지는 않을지도 모르죠. 물론 완전히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요.

주원 : 어쩌면 우리 세대가 아예 선을 긋고, 벗어나면 틀렸다고 하는 건 아닐까요? 저랑 동생도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속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면 대화가 좀 부드럽게 진행돼요. 보통은 부모님 세대의 경험과 생각들을 말씀해 주시거든요. 그러고 나면 우리는 “지금은 이렇게 변했어요,”라고 말씀드려요. 부모님께서 그 변화에 대해 무지한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요.

예담 : 그런 문제가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는 더 어려워요. 평생교육시설에서 악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전 수업에 교실을 사용한 어르신들은 대체로 정리를 안 하세요. 수업이 끝나면 각자 정리해야 하는 데도요. 그나마 저희가 사용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느긋하게 정리하다가 갑자기 사용하시는 악보가 없다고 하시거나. 그 뒤에는 다른 반 어른들이 오셔서 보면대가 필요하다고 저희 반에서 쓰는 걸 다 가져가셨어요. 사실 개인 물품이 아니니까 상황 설명을 하셨으면 감정 상하지 않고 드렸을 텐데, 당연하다는 듯이 무턱대고 가져가니 언짢았죠.

연우 : 그런데 오히려 저는 학교 동아리 활동을 할 때, 항상 윗 기수 팀에게 혼이 났어요. 저희는 항상 악보나 라인을 전부 정리를 하고 갔는데 어질러져있으면 저희가 혼나는 거죠. 열심히 청소했는데 기분이 나빴죠. 사실 같은 공간을 쓰면서 배려하기보다 책임을 미루고 쉽게 비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세대를 떠나 모두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담 : 맞아요. 그런데 교회 안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게 속상하죠. 청년부 찬양팀에서 사용하지도 않은 악보나 잡동사니에 대해 청년부 예배가 제일 늦게 끝나니까 항상 꾸지람을 들어요. 각자 팀들이 예배 끝나고 깨끗이 정리하고 가는 게 가장 합리적인데, 마지막에 쓴 사람이 다 치워야 한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느꼈죠.

연우 : 답답한 건 이런 문제를 언급했을 때, 정작 문제는 가려지고 권위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어 버리는 거예요.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면 어른들은 대든다고 생각하셔서 더 말하기 어렵죠.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느껴요. 막상 세대 간의 문제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애매하네요.

예담 : 그런데 이게 또 직장에서는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직장에서 다른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갑을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친구가 작은 무역 회사를 다니는데 사장님이 매일 점심에 백반을 먹자고 하는 것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대요. 점심을 꼭 같이, 그것도 사장님이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하는데 싫은 티를 내기 어렵다고 해요.

정윤 : 사실 그런 식으로, 회식을 필수로 생각하는 것도 있겠고, 세대 간 직장 문화가 아예 다른 것도 갈등의 원인인 것 같아요. 우리는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한 세대잖아요. 그런데 기성세대는 직장과 삶의 구분 없이 회사가 삶이었으니까 우리가 저녁 있는 삶에서 찾고 싶은 가치를 회사에서 찾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죠.

연우 : 우리에게 직장은 아무리 좋아서 가도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애사심을 강요하는 사람들과는 회사에 대한 생각이 아예 다른 것 같아요.

하람 : 전에 있던 회사에서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처음에 회사를 시작한 다섯 명은 가족 같았고 그 일이 너무 좋아서 뭉친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회사가 자리를 잡고 난 뒤에 온 사람들은 그 일이 그냥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죠. 직장이 수단인 사람들은 열정적인 사람들의 열심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일이 즐거운 사람들은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모두 같은 세대였는데도 불구하고요. 이건 어쩌면 세대보다도 직장을 어떤 가치로 대하느냐의 문제겠어요.

주황등의 다음 신호는 파란불이기도, 빨간불이기도 합니다. 함께 나누는 고민이 멈춰섬보단 나아감으로 전환되길 기대해봅니다

2. 성 역할 고정관념, 결여된 존중을 말하다

정윤 : 저는 페미니즘(성 평등 담론)을 얘기할 때 세대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 또래가 ‘여자는 원래’ 사회적 인정보다 가정 내의 안정에서 더 만족감을 느낀다고 얘기해서 두 시간을 토론한 적이 있어요.

연우 : 사실 우리는 부모님 세대를 보고 자랐잖아요. 고정된 성 역할의 부당함을 깨달은 사람들도 있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여자가 집안일을 해야지. 여자가 육아를 더 잘하니 집에 있어야지’하죠. 또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이 많더라고요. 충격적이죠.

하람 : 한 번은 친구랑 같이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되게 사람 좋다는 듯이 “아니, 근데 여자가 그렇게 말라서 애기는 어떻게 낳겠어요?”라는 거예요.

일동 : (경악) 여자가 애 낳기 위해 사는 사람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이에요?

하람 : 말도 그렇지만 택시기사의 태도가 더 놀라웠어요. 걱정해 주는 식의 농담이었거든요. 이런 페미니즘 이슈는 처음에 말했던 ‘존중’에서 뻗어 나온 가지라고 생각해요. 남자든 여자든 한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받지 못 하게 하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자는 거죠. 위험한 건 여성에게 씌워지는 고정관념에 위치를 한정하거나 하대하는 프레임이 있다는 거예요. 물론 남성에게도 고정관념은 있죠. 그렇지만 여성에게 주어지는 프레임과는 위험도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윤 : 이렇게 사회에서 부여한 성 역할을 젠더라고 해서, 여기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젠더감수성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젠더감수성과 인성이 별개라고 느낄 때 괴리감이 참 커요.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교회에서조차 성 역할로 인한 차별이 만연한 것에 대해, 제가 하나님께서 이 문제에 침묵하신다고 느끼는 거예요.

연우 : 맞아요. ‘여성스러움’과 ‘남자다움’에 대한 말을 교회에서 가장 많이 들어요. 오히려 요즘 사회에서 그런 말은 조심스럽단 말이에요. 여성스러운 게 뭔데? 조신하고 얌전하고 참한 거요? 그럼 그냥 그렇게 말하면 좋겠어요. 당연하다는 듯 성별에 프레임 씌우지 말고.

정윤 : 사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말할 때 남자에게도 차별이 있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 한다고 생각해요. 차별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데, ‘나도 겪었으니 너는 유난떠는 거’라고 말하는 거잖아요.

연우 : 그리고 겪는 차별의 정도가 달라요. 국방의 의무나 경제적 부담감의 성차별도 분명 있지만, 여성은 일상의 안전이나 직업에 있어서도 차별을 느껴요. 강도가 다른데 차별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똑같이 치부하는 건 아쉬워요. 사회에서도 차별이 있지만, 저는 이상하게 교회 안에서 성 역할과 그로 인한 차별이 더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남자와 여자를 너무 극명하게 분리하고 있어서 오히려 세상보다 닫혀 있다고 생각해요.

정윤 : 문제의식을 전혀 못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무거운 짐은 형제가, 요리는 자매가 하는 것으로 당연히 이분화 되는 프레임에 의문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죠. 물리적인 힘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여성은 의자 하나들 힘도 없나요?

하람 : 그렇죠. 우리가 생각하는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관계의 벽을 쌓거나 사회적으로는 혐오까지도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식해야 할 것들을 덮는 부분이 힘든가 싶고요.
기본적인 대화에서 존중을 느끼지 못하니 그 존재의 가치인 자존감이 점점 떨어지는 게 가장 힘든가 싶어요. 그리고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대해 ‘긁어 부스럼’이라는, ‘어려서 못 보는 것’이라는 덮개를 씌우는 사회나 교회가 우릴 힘들게 하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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