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면 생각나는 사람’

시냇가에 심은 나무
‘사월이면 생각나는 사람’

글 최충희(작가)

사월,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난 사람이다. 제이는 심한 우울증 환자였다.

자살 충동을 못 이겨 손목을 그었다가 앰뷸런스로 실려 간 적도 있었고 대인기피증이 있어 약을 먹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든 사람이었다.

죽고 싶은 충동에 괴롭힘을 당하던 날 밤, 제이는 언젠가 병원에서 간호사가 적어 준 전화번호 하나를 기억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메모지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를 힘겹게 눌렀다.

“저 좀 도와주세요. 절, 지금 좀 만나주실 수 있으세요? 저, 지금 너무 힘들어요……!”

제이는 그렇게 내 곁으로 왔다. 작은 얼굴에 짧은 단발머리.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우리 집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건드리면 금방 부서져 버릴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절망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녀의 인생을 이처럼 비참하게 만들었을까? 제이는 그날 밤, 죽고 싶다고, 누가 옆에 없으면 일을 저지를 것 같아, 두렵고 무서워서 찾아 왔노라고 가까스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제이의 차가운 손을 꼭 붙잡고 잘 왔다고 말해 주었다.

쓰러지듯 내게 기대어 울고 있는 그녀를 다독이던 나는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기 시작했다.

주님께서 제이를 찾아 와 주시라고, 불쌍히 여겨주시고 긍휼로 덮어주시라고,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생명의 빛을 비추어 주시라고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다.

제이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켜 주었다.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힘들 때는 복음성가 CD를 열심히 들었다. 복음성가 가사가 모두 자신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 저절로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었고 성경 공부를 함께 했다. 제이의 기도는 어설펐지만 진실했고, 절실했다. 제이는 성경 말씀을 달게 받았다. 어느 날, 누가복음 속의 ‘향유를 붓는 여인’에 대한 말씀을 나누던 제이의 안색이 갑자기 핼쑥해졌다. 왜 그러냐고 묻는 내게 ‘나 같이 죄 많은 사람도 용서 받을 수 있느냐?’고 울먹이며 말했다.

나는 그 순간 제이에게 복음을 전할 가장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예수님이 누구신지, 예수님이 우리 인생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 주셨는지를 전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제이는 놀랍게도 그날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로 영접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제이에게 성령님께서 임재 하셨다! 제이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통곡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처절하게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예수님을 꼭 붙들었다. 그녀를 누르고 있던 모든 죄의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죄책감과 자기 정죄의 사슬에 묶여 신음하던 제이의 영혼이 자유를 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 제이는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생각도 그렇고 언어도 달라졌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던 제이는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여인이 됐다. 그녀는 이듬해 봄에 세례를 받았다.

제이는 하나님의 자녀가 됐다! 어둠의 나라에서 빛의 나라로 옮겨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제이를 부르시고 준비시키신 하나님. 그렇다! 하나님께서는 제이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녀를 택하시고 부르셔서 그렇게 회복시키시고 다시 살리신 것이다!

사월! 죽었던 잿빛 숲이 다시 살아 푸른 생명으로 넘실대는 부활의 계절! 사월이 오면,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사신’ 부활의 주님 곁에 미소를 짓고 서 있는 아름다운 제이의 환상을 본다!

<출처  거룩한빛광성교회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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