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에게로 가는 사랑의 징검다리

2019 WINTER Special Theme 허락하신 새 땅에 들어가려면
선교지 밀알

성경 필사 운동으로 뜨거움 찾은 고려인 마을의 행복한교회
소외된 이웃에게로 가는 사랑의 징검다리

글 강성광 선교사(러시아)

안녕하십니까?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살고 있는 강성광, 권주영, 강이음 선교사 인사드립니다. 저희는 지난 2017년 1월에 파송 받고 2월에 선교지에 나온 2년 차 햇병아리 선교사 가정입니다. 이제 막 언어를 배우고 옹알거리는 단계라 사역의 열매랄 것도 없고 여러모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지만 성도님들의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리며 볼고그라드 사역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매주 예배 후 진행되는 집사님 회의 시간. 이 날은 특별히 한국에서 날아온 맥심 커피를 마시며 회의를 했습니다

Why 러시아?

러시아로 선교를 나올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러시아로 선교를 가시나요?”였습니다. 러시아는 정교회가 우세한 기독교 국가라는 인식,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정치, 외교적으로 대국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런 의문이 드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고려인(CIS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민족)때문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고려인들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습니다. 이후 구소련이 해체되며 중앙아시아에서 다시 러시아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 역사가 있습니다.

제가 사역하고 있는 볼고그라드는 지리적, 역사적, 경제적 이유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이 계속해서 이주해 오고 있는 지역입니다. 현재 약 3만 명(공식 통계로 7,000~60,000명 추산 러시아는 행정상 거주 등록의 문제가 있어 이주가 잦은 고려인들의 정확한 통계 수치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의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회와 문화원 사역을 하고 있는데 지면의 한계로 이번에는 교회 사역 소식만 담았습니다.

2층짜리 건물이고, 뒤쪽으로 넓은 마당이 있는 행복한교회 외부 전경
통역해 주시는 스베타 집사님의 성경 필사본
예배 시간. 스베타 집사님이 통역을 한다

쁘리모르스크 마을 행복한교회

볼고그라드 시내에서 100km정도 떨어진 곳에 쁘리모르스크라는 시골 마을이 있습니다. 선임 선교사가 2006년에 세운 행복한교회가 바로 이 마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총회 규정상 파송 후 2년간은 언어 공부에만 매진하고 사역을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여 선임 선교사의 사역을 물려받고 나온 상황이기는 했지만 언어 공부에 집중하며 본격적 사역은 천천히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 가서 성도들을 보는 순간 차마 그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 선임 선교사의 은퇴 후 약 8년 동안 사역자 없이 여섯 명의 집사님들이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를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집사님들은 모두 60대, 70대 할머님들로 너무나도 지쳐있었습니다.

교회 건물 상태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벽은 곳곳에 금이 가, 겨울이면 영하 30~40도 추위 탓에 그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왔습니다. 방치된 방에는 10년 전 사 놓고 시작조차 못 한 공사 물품들과 쥐와 벌레의 사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습니다. 바로 예배 사역과 건물 청소 및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 중단되었던 한글학교를 열어 고려인 아이들과 어른들께 한글을 가르치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여름방학 한글 학교 모습. 교회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한글 학교에는 옵니다
매주 예배 후 식사 모습. 거의 간단하게 식사를 하지만 이 날은 특별히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식탁을 차렸습니다

성경 필사 운동으로 뜨거워지다

하지만 러시아어가 안 되니 목사로서 성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성도들에게 은혜도 못 끼치는 목회자라는 사실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던 중 성도들에게 성경 필사를 제안해 보았습니다. 대부분 눈이 잘 안 보여서 성경 읽기도 힘들어하는 분들이라 제안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연초 ‘성경 바로알기’를 지향하며 시작했던 성경 읽기와 성경 암송에 모두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제안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지금 우리 교회에서는 성경 필사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러시아어로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통역을 맡고 계시는 스베타 집사님은 마가복음을 필사하던 중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에서 큰 은혜를 받았다고 눈물을 흘리며 간증해 주기도 했습니다. 은혜는 목사가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은혜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선교도 선교사가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임을 고백합니다.

우리 교회와 러시아 선교의 주체자로 이 사역을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행복한교회는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안으로 흘러들어 온 은혜가 밖으로까지 넘쳐날 수 있도록, 소외된 이웃과 마을을 섬기는 멋진 교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앞으로도 우리 광성교회 성도들에게 이곳 행복한교회에서 행복한 소식을 많이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출처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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