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패도 사랑합니다

1월의 Talk

우리는 실패도 사랑합니다

글 신달자(시인)

시인 신달자

우리나라는 실패라는 말을 너무 싫어합니다. 거의 악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실패는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염병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실패하고 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늘 실패하면서 그 실패를 바탕으로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고 실패의 원인을 찾아 실패하지 않는 묘안을 찾아내는 일이 우리 생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실패라는 종이 한 장’을 받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그 종이 위에 성공으로 가는 색칠을 하는 것, 그것이 삶의 가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말 실패하는 것은 조금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젊은 청년들의 작은 실패를 인생의 실패처럼 말하는 어른들이야말로 실패를 조종하는 것 아닐까요.

실패는 바로 ‘성공의 시작’이라고 말합시다. 우리는 너무 자녀들에게 실패 없는 인생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자기 손으로 망치질도 하고 손을 다치기도 하며 만나는 방법을 주지 않고 완성된 제품을 주려 합니다. 안쓰럽다고요?

우리도 다 그렇게 실패를 밟고, 등에 지고, 가슴에 품고, 전쟁을 견뎠습니다. 가난을 견디고 병을 견디며 여기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어린 날 우리 집 담벼락에 나팔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동요처럼 저는 아침에, 아버지의 나팔꽃의 줄을 매어 주고 꽃피는 것을 감격스럽게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 나팔꽃은 이른 아침 먼동이 틀 때 햇살을 받고 피어났는데, 우리는 오랫동안 그 나팔꽃이 햇살 때문에 아침에 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자료를 통해 나팔꽃을 피게 하는 것은 햇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느 학자가 실험을 했는데 밤중에 아침 햇살 같은 인공 먼동을, 꽃잎을 접고 있는 나팔꽃에 비쳤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고 합니다. 곧 나팔꽃을 피게 하는 것은 햇빛이 아니라 어둠임을 알아낸 것이죠. 나팔꽃은 어느 정도 어둠을 쬐어야만 핀다는 것입니다.

사진 황의철

인생이 피려면 어느 정도의 실패가 있어야 한다는 섭리를 나팔꽃이 대행한 셈이지만 지금도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캄캄한 어둠을 싫어하고 단 한 번에 햇살을 보기를 원합니다. 어둠도 그만큼 꽃의 개화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요. 무엇 무엇이 부족하다고… 제발 그 부족 때문에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기다림 끝에 결국 우리의 소망은 꽃피지 않겠습니까. 사는 방법은 오직 그 ‘실패의 어둠’을 사랑하는 일이었고, 그 어둠을 피하지 않고 그 정신으로 일어서는 것뿐이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도 없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전문직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 시인, 화가, 운동선수 그 외에도 너무 많을 것입니다. 수백 번 쓰러지고 다시 일어난 사람들… 저는 그들의 ‘딱 죽고 싶었던 한 순간’을 알 것 같습니다.

‘실패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저는 소곤거리고 싶지 않습니다. 두 손바닥이 뜨거워질 때까지 큰 소리로 외치고 싶습니다.

사진 박해준

 
출처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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