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감정이 태고의 빛으로 물드는 곳

스토리가 있는 여행

백야와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
감각과 감정이 태고의 빛으로 물드는 곳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니체는 말했다. 나의 발끝은 어디에서 무엇을 끌어올리고 있을까? 여행이란 ‘낯섦’을 찾아 길을 나서는 것일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낯섦’이 길을 열어 주고, 새 호흡을 준다.

글·사진 전영의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달스니바 전망대

북해의 하얀 밤을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발한 크루즈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최서단 노르웨이로 향했다. 크루즈에서 1박을 하며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하는 이 바닷길 여정은 여행 짐을 쌀 때부터 설렘이었다.

바다 위의 움직이는 성처럼 웅장하고 거대한 크루즈는 선내에 수영장, 스파, 레스토랑, 카페, 재즈 바, 면세점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야간 항해를 지루하지 않게 했다.

새벽 2시, 북해의 밤하늘이 어둡지 않다. 한밤의 태양이 북해의 검푸른 물결 위로 그 빛을 흩뿌리며 밤을 낮처럼 밝히고 있다. 밤에도 해가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다.

구스타프 비겔란드의 조각상 8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 비겔란드조각공원. 다양한 조각 군상이 마치 실제처럼 생동감 있다

‘언제 또 이곳에 와서 백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인지 크루즈가 북해의 하얀 밤을 가르며 노르웨이로 다가가는 내내 선상에는 잠들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아침, 오슬로에 도착했다. 크고 작은 언덕과 숲과 피오르드와 강물에 둘러싸인 숲속의 도시 오슬로는 오늘날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핫 플레이스이다.

노르웨이 왕궁으로 가는 카를 요한스 거리는 번화가답게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묵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체류했다는 그랜드 호텔은 그 깊은 유서만으로도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매년 12월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에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생활 모습, 역사 등을 표현한 수많은 벽화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뭉크의 작품 도 그곳에서 만났다.

비겔란조각공원에는 노르웨이의 천재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조각 작품 8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만의 시선으로 빚어낸 다양한 인간의 군상이 실제처럼 역동적이다.

금발의 숲속 요정이 춤을 추는 뮈르달스폭포. 춤을 춘 후 남자들만 데리고 사라진다는 신화가 있다

피오르드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시골길을 따라 피오르드 시점인 오따 지역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드로 손꼽히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보기 위해 페리를 탔다. 내륙을 파고 들어간 좁고 긴 협만인 피오르드가 많은 노르웨이에서는 페리 여행을 빼놓을 수가 없다.

설산 봉우리에서 빙하가 녹아 1,500m 높이의 깊은 협곡을 타고 세차게 하강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특히 일곱 갈래의 물줄기로 흩어져 쏟아지는 칠자매 폭포는 신부의 면사포처럼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세계 최장의 길이를 자랑하는 송네피오르드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계곡 마을 플롬으로 이동했다.

 

매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 안의 중앙 홀. 2층 갤러리에는 뭉크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플롬 산악 열차와 뮈르달스폭포

플롬에서는 가파른 협곡을 따라 달리는 산악 열차 플롬바나를 탔다. 플롬에서 뮈르달까지 20.2km를 달리는 동안 플롬바나는 스무 개의 터널을 통과하며 계곡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과 아찔한 협곡이 빚은 산악 절경을 선사했다.

뮈르달스폭포역에서 열차가 잠시 정차하자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이 폭포로 달려 나갔다. 4단으로 이루어진 23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거대하고 우렁찼다.

어디선가 나타난 금발의 요정이 폭포 옆 산중턱에서 춤을 춘다. 노르웨이 목동들의 전설 속의 요정 훌드라가 추는 춤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여행객들을 위한 선물이다.

전설에 의하면 훌드라는 그렇게 춤을 춰 목동들을 현혹시킨 뒤 그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진다고 한다. 산안개 휘감아 도는 플롬 계곡, 빨간 드레스를 입은 빗속 요정의 춤사위가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페리를 타고 협곡이 다양하고 지형이 아름다운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만났다.

플롬에서, 노르웨이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몸이 무거워질수록 마음은 가벼워지는 여행의 선물을 한아름 들고 유럽의 최북서단 스칸디비아반도와 작별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얼마만큼 나를 허물고, 경계를 넓혔는지 자문해본다. 이 아름다운 세상 보는 것을 결코 멈추고 싶지 않다.
  
출처 <겨자씨>

더 많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