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온더 로드(LORD ON THE ROAD)』

도서리뷰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과 나를 돌아보는 시간
『로드 온더 로드(LORD ON THE ROAD)』

글 강혜미

서종현 선교사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 매우 반가웠다. 그가 낸 첫 책의 편집자였던 나로서는 그의 글이 가지는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힙합가수이면서 선교사이기도 한 그는 교회 안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찢어진 청바지는 기본이고 반항기 가득한 반삭의 머리와 문신까지.

선교사로 불리기에는 당황스러운 비주얼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그에게 외형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할 것이며,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그런데, 누가 정해놓은 걸까?

선교사는 옷과 머리가 단정해야 한다고. 몸에 문신 따위는 없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도 겉모습만 가지고 누군가의 성격을, 신앙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는 이 책에서 남과 같은 내가 되기를 거부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다채로움을 보며 사람도 그렇게 지으셨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무려 45개국을 다니며 창조주를 만난 그의 여정의 절반 정도인 22개국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각 나라를 돌아보며 그가 묵상한 하나님은 진짜다. 겉모습에 가려져 진짜일까 의심하게 만드는 무엇이 아니라 진짜 하나님, 진짜 복음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묵상으로 가득 채워져 지루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이 여행묵상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여행이 어디 지루함과 어울리기나 한 단어이던가?

저자는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들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갔다. 그가 볼리비아에 있을 때 우유니사막 행 버스를 기다릴 때의 일이다.

불과 몇 주 전에 우유니로 가던 버스가 추락해 무려 35명이 즉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어쩐지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봉인된 육두문자를 내질렀다는 표현이라던 지 죽을 지도 모른다며 호들갑을 떠는 모습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랬던 그가 우유니에 도착해 광활한 소금사막을 보며 하는 묵상은 시트콤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 색을 주장하지 않는 소금을 보며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드러내야 한다는 깨달음은 무릎을 탁 치게 할 만큼 깊은 묵상이었다. 이후 이어지는 회개의 고백은 너무 솔직해 나 또한 회개의 자리로 갈 수밖에 없었다.

마카오에 관해 쓴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처음으로 한 러시안 룰렛에서 10배의 수익을 낸 그는 주님께 ‘제발 한 번만 더!’라는 간절한 속삭임을 건네며 다시 한 번 기계에 돈을 넣는다.

선교사가 카지노라니! 또 시트콤이구나 싶은 그 순간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한 기도가 주님을 자판기로 여기는 처사였음을. 돈놀이 기계가 잠시 우상이 되었던 것을.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있을까?

나의 약함을 드러내 주님이 높아지기만 한다면 거칠 것이 없는 그의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는 현란한 고급스러움을 흉내낸 카지노의 외관을 보며 예수는 없고 형식과 허울에만 치우친 우리네 교회를 떠올린다.

날카로운 그의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저자는 각 여행지에 대한 사진과 함께 관련된 역사와 사건까지 폭넓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거기에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그가 만난 하나님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과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색을 내고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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