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공간, 주님께 드리는 순전한 나드 한 옥합

2018 AUTUMN Special Theme 배 오른편에 그물을 내리며
테마 인터뷰

삽십삼 년간 성서 속 사물·식물 수집해
세계기독교박물관 짓는 김종식 관장, 정정숙 전도사

 

성경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공간,
주님께 드리는 순전한 나드 한 옥합

 

나드를 담던 옥합, 물매와 물맷돌, 수금과 비파, 아브라함 시대의 항아리, 동방박사의 선물 유향과 몰약 등 성서 속 사물 1만 3천여 점이 드디어 보금자리를 찾는다. 김종식 관장이 이스라엘, 오만, 이집트, 폴란드 등지에서 삼십삼 년간 수집한 성서 속 사물과 아내 정정숙 전도사가 발로 뛰어 찾아낸 성서식물 123가지를 상시 만날 수 있는 세계기독교박물관이 2019년 5월, 빛 고운 충북 제천의 한 산자락에서 문을 연다. 고벨화, 쥐엄나무, 대추야자 등 성서식물이 열어 주는 산책로를 따라 향기에 발을 멈추고, 물매 던지기, 무교병 맛보기, 나드 향유 향기 맡아보기 등 성경 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성경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한 방울의 물을 찾아 땅 속 깊은 어둠을 파고드는 사막의 식물처럼 김종식 관장에게 성서사물은 갈급함이었다. 깨닫고 보니 그 갈급함은 소명이었다. 다윗의 물매를 몹시도 보고 싶었던 병약했던 소년은 평생 그 소명을 따라 배 오른 편에 부지런히 그물을 내렸다.

취재 전영의 기자

삼십삼 년간 성서사물과 식물을 수집해 세계기독교박물관 짓는 김종식 관장과 정정숙 전도사

싹을 틔운 대추야자

제천에 짓고 있는 세계기독교박물관 건축 현장에서 막 올라온 김종식 관장의 얼굴은 몹시 상기돼 보였다.

“지난 4월에 심은 대추야자의 싹이 났어요. 3cm 정도 돼요. 식물원 부지에 옮겨심기 위해 화분에서 꺼냈더니 뿌리가 손 한 뼘보다 길게 땅속으로 파 내려갔더라고요. 3cm의 싹을 틔우기 위해 그렇게 긴 뿌리를 준비하네요. 사막 식물들은 물을 찾아 땅속 깊이 내려가는 직립성 뿌리를 가지고 있어요.”

건축 현장의 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종식 관장은 내년 5월 박물관 개관과 함께 성서식물원이 관람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고벨화, 에셀나무, 쥐엄나무, 감람나무, 계피나무, 대추야자 등의 다양한 성서식물들을 실험 재배 중이다. 한 그루의 대추야자를 얻기 위해서는 수십 그루의 대추야자를 심는다고 한다. 같은 나무를 양달에도 심고, 응달에도 심고, 온실에도 심어 그 식물이 자라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기후와 풍토가 맞지 않아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많지만 다시 심기를 반복한 지 오 년째다. 2km까지 그 향기가 번진다는 고벨화의 곁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사슴가죽 68장을 사용하여 만든 토라. 길이는 32.2m이며, 나무 막대기는 상아로 감싼 후 조각하였다
물매와 물맷돌. 물매 고리에 손가락을 끼우고, 다른 끝부분은 엄지와 검지로 잡은 후 중앙에 돌을 넣고 돌리다가 적당한 순간에 한쪽 끝을 놓는다
성서에 나오는 길르앗 유향. 야곱은 양식을 구하기 위해 아들들을 애굽으로 보내면서 그들의 안전을 비는 마음으로 길르앗 유향을 요셉에게 보내었다

성경을 보이게 하는 성서사물

중․고등학교 시절 이름 모를 병을 앓으면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김종식 관장은 아버지가 사다 준 성경을 읽으면서 성경 속 물건들이 몹시 궁금해졌다. 특히 다윗이 골리앗을 향해 던진 물매가 무척 보고 싶었다.

코트라 직원이 되어 이스라엘로 파견되었을 때 가장 먼저 물매를 찾았다. 하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골동품을 취급하는 헤브론인에게 물매를 부탁했다. 헤브론인은 이스라엘은 물론 요르단, 시나위 반도까지 손을 뻗쳤고, 있을 법한 동네를 찾아 가가호호 방문하다시피 하여 삼 년 반 만에 이스라엘 전통 방식에 따라 양털로 짠 물매를 김종식 관장의 손에 들려주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엘라 골짜기에 가서 물맷돌도 구했다. 물매와 물맷돌 한 쌍이 이렇게 구비되었다.

“엘라 골짜기에 가면 다윗의 이동 경로가 눈에 다 보여요. ‘다윗이 물맷돌을 여기서 주웠구나󰡑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어요.”
예수님 탄생 전후 3백여 년만 사용하였던 2천 년 전의 유골함을 통해 그 당시 장례 풍습을 알 수 있고, 양피지에 필사한 7백여 년 전의 토라(모세 5경, 구약 전체를 말하기도 함)를 통해서는 유대인들의 예배 관습을 읽을 수 있다. 서기관이 일 년 반을 꼬박 필사해야 토라 한 권이 완성된다고 하니 김종식 관장이 보유하고 있는 토라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성서식물 123가지

김종식 관장이 성서사물을 수집하는 동안 정정숙 전도사는 성서식물을 찾아 나섰다. 이스라엘, 이집트, 오만, 터키, 그리스, 에티오피아는 물론 열두 명의 정탐꾼이 포도를 채취한 아랍 지역까지 찾아가서 자료를 수집하였다.

3m까지 자란 갈릴리 호숫가의 겨자, 유월절 때 이스라엘 민족이 어린 양의 피를 찍어 문 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뿌릴 때 사용하였던 우슬초, 라헬과 레아가 야곱을 놓고 쟁탈전의 도구로 사용하였던 합환채 등 123가지의 성서 식물들을 사진을 찍고, 표본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펴 낸 『정정숙 전도사의 성서식물』은 성경에 대한 현장감을 주어 성경을 좀 더 가까이서 느끼게 한다.
“원하던 식물을 만나면 무척 행복해요. 성경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성경에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실제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기독교인들이 흔히 거목으로 생각하는 겨자는 보통 1m 정도 자라는 일년생 초본이라고 한다. 단 예수님이 활동하셨던 갈릴리 호숫가 주변의 겨자는 물이 좋아 3m까지 자라는데 건기에 접어들면 빳빳하게 목질화가 되고 씨가 맺힌다고 한다. 이때 새들이 씨앗을 먹으러 오기도 하고 깃들어 휴식을 취할 만큼 겨자는 단단해진다고 한다. 겨자씨의 크기는 보통 1~2mm 정도로 당시 갈릴리 지방에서는 겨자씨가 가장 작은 씨앗으로 통용되었고,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게 ‘겨자씨’를 들어 ‘믿음’을 비유하신 것 같다고 정정숙 전도사는 말한다.

나귀 안장을 구하고 있는 김종식 관장
열두 정탐꾼이 포도를 채취한 아랍 지역까지 카메라를 들고 가 성서식물 자료를 수집한 정정숙 전도사

상설관, 절기관, 체험관, 다채로운 박물관

“박물관 건축이 지연되니 답답하지요. 창고에 들어가 보면 1만 3천여 점의 물건들이 빡빡하게 쌓여 있어요. 풀지 않은 박스들도 있어요. 곰팡이가 스는지 알 수 없지만 풀 공간이 안 돼 풀어보지도 못해요. 이거 내가 죽어버리면 쓰레기잖아요. 무슨 물건인지도 모르고 역사도 모르고…….”

10년 전 송파동 단독주택을 팔아 푸른 골짜기 사이로 맑은 물 흐르는 제천의 한 산자락에 박물관 부지 3만 3천 평을 매입했지만 재정이 여의치 않아 2017년에야 본관 건축을 위한 첫 삽을 떴다. 그러나 건축은 여전히 더디다.

‘그동안 모은 사물을 좀 팔까? 박물관 부지를 일부 떼어서 팔까?’ 늘 생각이 많다고 한다.

60평 규모의 본관에는 세미나실, 제1전시실, 서비스 공간이 포함되고, 제2전시장, 제3전시장은 우선은 임시 전시장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꼭 봐야 하는 것은 언제 박물관을 방문하더라도 볼 수 있도록 상설관에, 우슬초와 유대인 화가가 그린 ‘열 가지 재앙’, ‘최후의 만찬’ 등은 유월절에, 밀과 보리를 추수하는 사진과 각종 관습에 관한 자료들은 칠칠절에 전시하고, 초막절에는 초막을 지어 이스라엘의 광야 사십 년과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별을 보고 축복했던 감동 등을 체험 할 수 있는 3대 절기관도 구상 중이다.

로뎀의 그늘, 호렙으로의 동행

어디를 가든 김종식 관장의 손에 들려있던 큰 가방. 성서사물을 하나라도 더 만나고 싶은 염원을 담았던 그 가방에서 성지순례 길에서도 만나기 힘든 성서 속 사물 95%가 쏟아져 나왔다. 이렇듯 범주와 수량이 방대한 성서 속 사물과 식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성서종합박물관이 탄생하는 것은 한국기독교사 뿐만 아니라 인류기독교사에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을 비롯하여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성서사물과 식물을 이렇게 방대하게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김종식 관장은 더 사명을 느낀다. 그러나 김종식 관장 혼자의 힘으로는 힘들다.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
때론 공사가 멈춰진 건축 현장에서 울기도 하고, 때론 더디기만 한 건축 속도에 애를 끓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찾아와 로뎀의 그늘을 드리우고 호렙으로의 여정을 이끄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김종식 관장은 어떤 광야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성경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공간이자 하나님을 더 가까이서 느끼게 될 세계기독교박물관! 김종식 관장과 정정숙 전도사가 이 세상에서 소명 따라 배 오른 편에 그물을 내린 흔적이며, 주님께 드리는 삶의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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