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을 잇는 진흙 한 덩이

[2018 SUMMER Special Theme  우리는 교회다]

흙과 더불어 빚어지고 빚어지며
토기장이 신상엽 목사 윤경순 사모

토기장이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 함께 들고 있는 것은 ‘뱀의 후손은 여자의 후손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것이지만 여자의 후손은 뱀의 후손의 머리를 으깰 것이다’는 창세기 3장 15절의 원시복음을 모티브로 신상엽 목사의 작품

진흙 한 덩이가 토기장이의 손을 거치면 컵도 되고, 접시도 되고, 꽃병도 되고, 연적도 된다. 아주 작은 그릇일지라도 진흙 속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공기를 빼고, 성형을 하고, 유약을 입혀 1200℃에 달하는 재벌구이를 통과해야만 그 쓰임을 갖게 된다. 삶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진흙을 집어 든 토기장이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 흙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흙을 통해 복음을 전한다.
물레성형을 할 때 기물에 물을 적게 쓰면 마찰력이 강해서 중심이 흔들리고 물의 양이 많으면 기물이 주저 않는다. 기물을 부드럽게 끌어올릴 수 있는 물과 흙의 황금률을 찾는 것은 토기장이의 몫이다. 토기장이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가 흙과 더불어 빚어지며 빚어가는 오늘은 어떤 빛깔일까.

수강생들이 만든 도자기들이 가마에 들어가기 전 몸을 말리고 있다

수강생들은 진흙 한 덩이가 토기장이인 자신의 손에서 꽃잎 접시, 하트 모양을 새겨 넣은 사발, 네모 모양의 꽃병, 투각 기법을 이용한 연필꽂이 등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이 과정에서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의 입을 통해 진정한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성서의 내용을 모티브로 한 신상엽 목사의 작품들…

토기장이의 집으로 가다

북한산 산자락 밑 4.19카페거리에 있는 도예 공방 <토기장이의 집>으로 들어가자 한창 수업 중인 윤경순 사모의 모습이 보인다. 중년 여성 한 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진흙을 반죽하려 밀고 주무르는 사이 어느새 그릇이 형태를 찾아간다.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구워내면 ‘어떤 빛깔을 띨까?’ 궁금해진다.

9년 전 상가 건물에 교회를 개척했던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 주중에는 주로 비어 있게 되는 작은 개척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공간의 비효율성과 접촉점의 빈곤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란 무엇인가? 진정한 예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들고 사람들의 삶 속으로 다가가 함께 땀 흘리며 울고 웃기로 했다. 그것이 예배이고 그것이 교회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신상엽 목사는 목회에 전념하느라 그동안 도예를 잊고 지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도예를 목회에 접목시켜 사람들과 자연스런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토기장이의 집을 4.19카페거리에 열었다. 토기장이의 집은 평일에는 도예 수업을 하는 문화 사역 공간이 되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토기장이교회가 된다.

등산객, 유치원생, 며느리 손을 잡고 온 치매 걸린 노인, 암 환자, 동네 아주머니, 법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토기장이의 집 문을 연다. 정서적 안정, 집중력 향상, 심리 치료, 우울증 치료, 체험 학습, 예쁜 컵을 만들고 싶어서 등 들고 온 사연만큼이나 만들고 싶어 하는 물건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곳이 교회였다면 오지 않았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이미 지역의 다른 교회로 갔을 겁니다. 토기장이교회는 교회를 찾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복음을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 도자기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알게 되고, 토기장이이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빚으셨고 지금도 빚어가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공간입니다.”

윤경순 사모가 한 아주머니 수강생과 수업을 하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 꽃도 함께 핀다. 흙을 만지는 것은 삶을 나누는 것이다

‘도자기 선생님’에서 ‘목사님’, ‘사모님’으로
유치원생에서 초중고생, 중장년, 70~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토기장이의 집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흙을 손에 들어 작품을 완성시키기 까지는 보통 2~3시간이 든다. 밀고 두드려 진흙속의 공기를 빼내고,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그 위에 문양을 새겨 넣는 과정을 차례로 하다 보면 흙을 만지는 이의 내면도 어느새 점토처럼 매끈해진다. 흙은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덕분에 살아가는 이야기는 저절로 나온다.

수강생과 도예 강사로 만났지만 작품을 만들어 가는 사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친구가 된다.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이 시간이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는 참 좋다. 이모처럼 삼촌처럼 동생처럼 살가운 모습으로 복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수강생들은 진흙 한 덩이가 토기장이인 자신의 손에서 꽃잎 접시, 하트 모양을 새겨 넣은 사발, 네모 모양의 꽃병, 투각 기법을 이용한 연필꽂이 등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이 과정에서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의 입을 통해 진정한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도자기 선생님’이었던 호칭이 ‘목사님’, ‘사모님’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두 사람에게 호칭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처음부터 ‘목사’, ‘사모’의 타이틀로 만났다면 지금처럼 소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주일 설교 중인 신상엽 목사. 회전하는 물레의 중심에 진흙이 정확히 위치해야 올바른 그릇을 빚을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중심은 ‘말씀’에 있어야 하기에 신상엽 목사는 일주일 내내 말씀을 준비한다.

흙을 빚지만 삶을 세우고 있는 것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는 암 환자가 많았던 한 요양병원에서 미술 치료 차원의 도예 수업을 6개월 정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자매가 도예 수업을 더 받고 싶다며 토기장이의 집으로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묵묵히 도자기를 만들고 있던 한 아주머니 수강생이 자신도 암 환자였지만 극복하여 지금은 건강하다며 그 자매를 위로하였다.

다음 수업 때 그 자매는 암 투병 중인 또 다른 자매 한 명을 데리고 왔다. 암을 극복한 아주머니의 평온한 일상은 투병 중인 두 자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토기장이의 집이 사람들이 둘러앉아 서로의 삶을 대피고, 희망을 세우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며 신상엽 목사는 하나님께서 왜 그토록 “토기장이의 집으로 가라”라는 음성을 자주 들려주셨는지 깨닫게 된다고 한다.

외형상으로는 일주일 중 6일이 도예 공방인 ‘토기장이의 집’으로, 주일 반나절만 교회의 모습이지만 ‘토기장이의 집’의 정체성은 교회이다.

유형의 교회 무형의 교회

주일 11시 토기장이교회의 예배 시간, 매주 열다섯 명 남짓한 교인들이 예배를 드린다. 대부분 토기장이의 집으로 도자기를 만들러 왔다가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 열다섯 명은 결코 숫자로 그 가치를 셈할 수 없다. 토기장이의 집을 찾은 사람들이 토기장이교회의 문을 열기까지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는 그들과 함께 진흙을 빚고 삶을 빚었다. 토기장이교회는 작지만 크다.

신상엽 목사는 말씀이 교인들의 삶을 빚어갈 수 있도록 일주일 내내 설교 준비에 정성을 들인다. 도예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들며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것도 예배이고, 주일 토기장이교회에서 드리는 것도 예배이다. 도예 공방에서의 사역과 주일의 사역을 분리하지 않는 것은 그 속에 복음이 있고, 흙이 그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윤경순 사모는 말한다.

“눈에 보이는 교회와 눈에 보이지 않는 유기체로서의 교회가 있어요. 이 둘은 항상 같이 가야 되지요.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주신 사명은 눈에 보이는 교회의 사역보다 열린 삶과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사람들과 함께 그 속에서 무형의 교회를 세워 나가기를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 개개인 안에 예수님이 계시면 우리가 교회이지요.”

토기장이교회 주일 예배. 윤경순 사모가 기도를 인도하고 있다.

부르신 대로

신상엽 목사는 감신대 대학원에서, 윤경순 사모는 총신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했다. 신학적인 색깔은 서로 다르지만 과감하게 열린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계속해서 ‘교회란 무엇인가? 예배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그 속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복음을 전파하자는데 한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열린 공간을 통한 사역은 문화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정치, 경제, 예술 어느 요소든 가능합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청소부로 부르시면 청소부로, 택시 기사로 부르시면 택시 기사로, 요리를 잘하면 식당을 차려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할 수 있습니다. 부르시는 곳에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신상엽 목사는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움직이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자기가 불의 예술이라면 목회는 아마도 삶으로 복음을 그리는 긴 기다림의 예술일 것이다. 가마에 도자기를 넣고 삼일 밤낮 아궁이 앞을 떠나지 않았던 고려 도공의 정성이 비색의 청자를 탄생시켰듯 복음이 삶으로 구현될 때 비로소 복음이 복음으로서의 화력을 갖게 된다.

오늘도 신상엽 목사와 윤경순 사모의 두 손에 어김없이 들려있는 진흙 한 덩이. 두 사람의 손놀림이 바쁘다. 토기장이가 손을 놓으면 진흙 한 덩이는 진흙 한 덩이에 불과하기에.

 

글 전영의 기자

김용기 / 관광학 박사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 교수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산 38-27 HP: 010-7326-3840 | TEL: 031-961-0122 | FAX: 031-965-0348 http://blog.daum.net/ifarmlov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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