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 후원으로 세운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아름다운 교회로의 여행]한국의 초대교회

조선왕실의 후원으로 세운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전경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두 가지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소중한 한국초대교회의 선교문화유산이다. 우선은 한옥과 서양 바실리카양식으로 지어진 한옥성당의 아름다운 구조를 들 수 있다. 여기에 당시 외세에 밀려 위기를 겪던 조선왕실의 후원으로 세워진 성당이란 점이다.
1900년 11월15일에 준공해 117년 동안 강화지역의 믿음의 터전이 되어 온 강화성당은 한옥성당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다.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424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지만 현재에도 성도들이 매 주일마다 이곳 성당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를 지낸 찰스 존 코프(Bishop Charles John Corfe)에 의해 건립되었다. 당시 경복궁 중건에 참여한 도편수를 초청해 전통방식의 한옥양식을 살려 성당을 건축했다. 필요한 목재는 백두산에서 벌채한 소나무를 뗏목으로 두만강을 거쳐 서해로 옮겨와 궁궐을 짓는 방식으로 지었다고 하니 성당건축에 들어간 정성과 노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성당의 전체 모형은 방주를 형상화 한 것으로 정면 4칸 측면 10칸의 길쭉한 모습으로 외관은 2층 한옥이지만 내부는 천정까지 하나로 뚫려 있는 복층구조를 띠고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100년을 훌쩍 넘긴 오래된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좌우로 배열된 나지막한 나무 의자들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복도가 지나가는 바실리카양식이 뚜렷이 드러난다. 바실리카 양식은 고대 로마의 법정을 지을 때 주로 사용했던 건축양식으로 중앙에 본당을 두고 측면에 복도를 구성하는 특징이 있다.

성당의 내부는 성도들이 앉아 예배를 드리는 공간과 말씀을 전하고 영성체를 나누는 제단구역이 구별되어 있다. 구약의 지성소를 의미하는 제단구역에는 법궤를 연상케 하는 제단이 있고 그 위에 오랜 시간을 간직한 빛바랜 촛대가 놓여 있어 거룩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성도들이 앉는 공간 전면의 두 기둥에는 바울과 베드로사도의 형상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바울은 말씀의 검을, 베드로는 천국열쇄를 들고 있는 형상으로 오직 말씀으로 살며 천국을 바라보았던 한국 초대교회 성도들의 신실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강화도 초대교회 교인들의 믿음을 상상해볼 수 있는 성물도 곳곳에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세례대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세례대는 모양이 독특하고 오래되어 유산으로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정면에는 중생지천(重生之泉), 뒷면에는 수기(修己), 세심(洗心), 거악(去惡), 작선(作善)이란 한자가 쓰여 있다. 성령으로 거듭난 자가 되려면 몸과 마음을 씻으며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라는 의미다.
오랜 시간 손길에 스쳐 모서리가 하얗게 닳은 나무로 만든 독서대에는 ‘주지언어(主之言語) 족전지등(足前之燈)’이란 문구가 황금색으로 새겨져 있다. 주의 말씀이 내 발의 등이란 의미로 말씀을 중시했던 초대교인들의 신앙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강화도는 고려와 조선의 궁터가 있던 곳이고, 왕실의 책을 보관해두던 왕립도서관인 외규장각이 있을 만큼 양반들이 많이 거주하여 한글보다는 한자가 성행했던 것으로 보이며 양반들이 믿음을 주도했던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화성당은 1897년 조선왕실의 최초 해군사관학교였던 통제영학당의 영국인 교관 칼웰(Callwell) 대위의 관사를 사들여 그 자리에 건축했다. 당시 강화섬 전체가 외성으로 둘러싸여 외국선교사들이 성내로 들어오기 어려워 나루터에서 선교를 시작했던 기록으로 보아 강화성당은 조선왕실과 양반들의 후원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정지원 강화성당 신부는 “갑곶이 나루터에 있던 선교본부를 강화성당 건축을 계기로 성내로 이전하면서 영국성공회의 한국 선교의 교두보 역할을 한 역사적 성당”이라며 “한국의 교회사적으로나 건축양식으로나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보물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기·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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