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병원이자 약국이었던 공주제일교회

[아름다운 교회로의 여행] 한국의 초대교회

낮은 자의 병원이자 약국이었던 공주제일교회

글 김용기 기자|사진 공주제일교회 제공

116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주제일교회는 2012년에 지금의 새 성전을 짓고 지역 복음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공주제일교회는 1902년 배재학당을 다니다 복음을 받아들인 김동현 전도사에 의해 세워져 116년 동안 지역 복음화의 불꽃을 피우고 있다. 김 전도사는 경기 시흥 출신으로 고향에 교회를 세우다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후 충남 공주로 내려와 두 번째 교회를 개척했지만, 옥살이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1년 만에 떠났다.

이후 공주에 내려온 의료선교사 맥길(William. B. Mcgill)은 자신이 살던 초가집에서 예배를 드리며 교회를 다시 회복했다. 변변한 의료 시설이 없던 충남 공주 지역에 파송되어 자신의 집에서 예배와 치료를 겸하며 선교에 매진하자 서민들이 몰려들며 그 당시 30여 명에 불과했던 신앙 공동체는 150명까지 불어나며 교회의 기틀을 잡았다.

병원에 이어 학교로 선교사업 확장

안식년을 맞아 미국으로 귀국한 맥길 선교사에 이어 부임한 미국감리교단 소속의 샤프(Robert Arthur Sharp)선교사는 공주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선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낯선 땅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선교에 열정을 쏟던 샤프 선교사는 1906년 장티푸스에 걸려 34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 자신의 선교지에 안장됐다.

공주제일교회 주변에는 116년의 선교 역사를 간직한 의미 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기독교 역사 순례길이 만들어져 있다
1931년 두 번째 건축된 적벽돌 양식의 교회는 문화재로 지정돼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선교 열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샤프 선교사의 부인인 앨리스 해먼드 샤프(Alice Hammond Sharp), 한국 이름 사애리시(史愛理施) 선교사는 공주 근대 교육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명선여학교를 설립하며 남편의 선교 열정을 이어나갔다.

그는 명선여학교의 교장을 맡으며 강경만동여학교, 논산영화여학교를 추가로 설립해 차별 받던 여성들을 위한 근대 교육의 초석을 놓았다. 후일 사애리시 선교사의 추천으로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가 2년 동안 명선여학교의 전통을 이은 영명여학교에서 공부하다 서울 이화학당으로 전학하는 등 민족사학으로 발전해 1919년 3․1만세운동의 주역들을 배출했다.

우산을 낀 사람의 헌금으로 지은 협산자(挾傘者) 예배당

교인들이 늘어나며 작은 가정 교회에서 더 이상 예배를 드리기 어려웠던 공주제일교회는 첫 예배당을 건축하기로 하고 헌금을 모았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소식은 선교사를 통해 미국에 알려지게 되었고, 당시 감독을 맡고 있던 목사님이 자신의 교회에서 한국의 현실을 소개하며 헌금을 하도록 했으나 액수가 많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적은 이때에도 일어났다. 때 마침 여름철이라 소나기가 몹시 쏟아지는데 갑자기 교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열어보니 검소하게 옷을 입고 우산을 옆에 낀 한 사람이 서 있었다.

‘ㄱ’ 형태로 지붕이 뾰족한 구조로 지어진 협산자 예배당의 모형. 사이에 휘장을 치고 남녀가 나뉘어 앉아 예배를 드렸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나의 가진 재산을 하늘에 쌓기를 원하니 공주에 있는 교회 건축에 써 달라”며 당시 한국 돈으로 6,000원에 달하는 거금을 이름 없이 헌금했다. 이 돈은 그의 이야기와 함께 한국으로 전달되어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교회를 짓는데 사용되었다. 완공된 교회를 봉헌하며 성도들에 의해 건축헌금을 드린 무명의 기독교인 형제를 기념하여 ‘우산을 끼고 있던 사람’ 즉 ‘협산자(挾傘者) 예배당’이란 멋진 이름이 붙었다.

한국 선교 역사를 보여주는 기독교 박물관 운영

협산자 예배당은 교회가 부흥하며 1931년에 재건축돼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당시에 지어진 2층 적벽돌 양식의 교회가 보존돼 충남 등록문화재 472호로 지정되어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고색창연한 공주기독교박물관에는 협산자 예배당의 모습과 젊음을 바쳐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샤프 선교사가 연주하던 오르간 등 1902년부터 시작된 116년의 교회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 2,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교회의 주변에는 유관순 열사가 1914년 영명여학교에 입학하여 교회에 다니던 ‘유관순의 길’과 샤프 선교사의 집과 묘지로 이어지는 순례길이 잘 보전되어 있어 방문자를 맞는다.

공주제일교회 윤애근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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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 관광학 박사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 교수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산 38-27 HP: 010-7326-3840 | TEL: 031-961-0122 | FAX: 031-965-0348 http://blog.daum.net/ifarmlov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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