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마다 풍경이 그림을 이루고 시를 이루는 곳

스토리가 있는 여행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풍경이 그림을 이루고 시를 이루는 곳

칼 끝 능선과 희고 푸른 빙하가 발길을 멈추게 했던 서부의 얼굴과는 달리 동부에서는 수많은 섬과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이 어렸던 그 자리에 서서 그들과 또 나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글 · 사진 전영의 기자

퀘벡, 아이 리멤버

몬트리올에서 앙드레 신부의 심장이 보관되어 있는 성 요셉 성당과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를 부른 셀린 디온이 결혼식을 올려 더 유명해진 노트르담 성당을 둘러보고 그림 같은 항구 도시 퀘벡으로 갔다.

캐나다 속의 작은 프랑스 퀘벡은 일명 ‘목 부러지는 계단’을 경계로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눠지는데, 항구가 있는 아랫마을에는 선술집이 가득했고 윗마을에는 어부들의 집이 있었다고 한다. 고기잡이를 마친 어부들이 항구로 돌아오면 그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항구부터 늘어선 선술집이었다. 선술집에 발이 묶였던 어부들은 윗마을 자신들의 집으로 가기 위해 유일한 통로였던 이 나무 계단을 올랐지만 그 끝을 다 오르지 못하고 아래로 굴러 떨어져 종종 목이 부러지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목 부러지는 계단’이다.

퀘벡 인구를 늘리는데 큰 공을 세운 루이 14세의 동상이 로열 광장에 우뚝 서 있다. 루이 14세는 퀘벡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왕의 딸들’이란 이름으로 618명의 여자들을 이곳으로 시집보냈다고 한다.
선술집이 있었던 아랫마을에는 지금은 예쁜 기념품 상점들과 찻집, 노천카페들이 즐비한 프랑스풍 작은 마을이 되어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던 빨간색 대문 앞에는 기념촬영을 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행렬이 붐빈다. 우리 가족도 기다림 끝에 빨간 대문 앞에서 한 장의 추억을 담았다.

윗마을에는 청동 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은 퀘벡의 랜드마크 샤또 프롱트낙 호텔과 화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화랑가 골목, 노트르담 성당이 눈길을 끈다.

1000 Islands와 메이플 로드

1,865여 개의 섬과 그 위에 세워진 별장들이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신의 정원’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 천섬이다. 하트섬의 주인 볼트의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는 오늘도 관광객들을 하트섬 앞에 멈추게 한다. 소설 『빨간 머리 앤』과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탄생도 세인트로렌스 강물 위에 떠있는 섬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메이플 로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단풍나무 숲이 화려하고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단풍 숲 한가운데를 시원하게 관통하는 메이플 로드를 달리는 것은 로맨틱하고 환상적이었다. 단풍의 선율이 마음속에 짙게 뿌려졌다.

쉴 새 없이 산자락을 오르내리는 단풍 물결은 바람과 햇살의 방향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얼굴을 내놓는다. 단풍 파도를 따라 나의 눈과 마음은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마음까지 흘러든 이 풍경은 나의 10월 속에서 언제나 일렁일 것 같다. 팀홀튼의 아이스 카푸치노는 여행을 더욱 즐겁게 했다. 알싸한 계피 맛이 지금도 입안을 감도는 듯하다.

나이아가라폭포 크루즈투어. 폭포에서 떨어져 나온 물안개가 크루즈로 밀려와 사람도 적시고, 여행자의 가슴도 적시는 촉촉한 시간

천둥소리를 내는 물기둥 나이아가라폭포

이름에 담긴 뜻처럼 천둥소리를 토하며 수십 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나이아가라폭포의 위용은 그 앞에 선 사람들을 압도한다. 나이아가라에서는 크루즈를 타고 폭포 체험을 했다. 우리를 태운 크루즈가 폭포 한가운데로 전진해 들어가자 에메랄드빛 물의 파편들이 온몸으로 날아들었다. 폭포 줄기에서 흩어져 나온 물안개가 크루즈 위로 밀려왔다. 장관이다.

대자연의 심장 박동 소리가 힘차게 흐르는 순수의 땅, 캐나다. 발길 닿는 곳마다 풍경은 그림을 이루고 시를 이루었다. 어딜 가나 명작이다. 이런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자연의 공간을 함부로 빼앗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숨결 위에 결코 사람의 문명을 욕심 부리지 않았다.

여행 프로일수록 짐 가방이 가볍고, 행복의 고수일수록 삶의 공간에 많은 것을 들여놓지 않는다. 나는 언제쯤 고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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