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유감입니다.

옥 흠(대곡초등학교 교사)

쑥 뜯으러 공릉천에 갔습니다. 겨울 손님으로 온 큰기러기와 쇠부엉이, 재두루미는 북쪽으로 날아간 지 오래 되었고 개나리빛 봄소식은 남쪽에서부터 사뿐사뿐 전해 옵니다. 오랜만에 봄바람 콧바람을 쐬게 되어 기분이 덩달아 좋았습니다. 뭣보다 뜯은 쑥으로 개떡 쪄먹을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설렘 가득 쑥빛으로 물들어갑니다.

개떡 생각! 식구들 모여 쑥과 쌀가루를 섞어 반죽해 손바닥만 한 크기로 도톰하게 만들어 솥에 넣고 김이 모락모락 날 때까지 익혀낸 개떡, 쫄깃한 맛 한 입 먹으면 보름달보다 더 큰 풍요로운 마음을 품게 합니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인생에 붙여진 이름, 개떡 같은 인생! 그 이름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서러움과 푸대접을 받아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름, 유감입니다. 이젠 참살이의 귀하디귀한 먹을거리가 되었고, 개떡이 아니라 참떡이라고 이름을 바꿔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른 봄이라서 그런가? 아직 쑥이 보이지 않네.”
“논두렁을 불로 다 태워서 그렇지 뭐.”

쑥쑥 잘 자란다하여 붙여진 이름 쑥! 그러나 더 많은 수확을 위해 수많은 곤충을 태워 없애버린 인간 중심의 농사 방법이기에 쑥은 보이지 않고 까만 마음만 한쪽에 자리하였습니다.

이름! 잘못 붙여져서 유감일 때도 있지만, 이름을 몰라서 유감이 일 때도 있습니다.

“앙증맞은 작은 풀들, 이름이 뭘까?”

“풀 이름을 아는 순간, 사람들은 그 생명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대.”
아내와 이야기 나누며 한참을 걸었습니다. 공릉천 논두렁에는 이름 모를 풀들만 지천에 깔려있습니다. 돌나물, 냉이, 꽃다지, 씀바귀, 쇠별꽃, 제비꽃…. 요즘 피는 풀 이름과 봄꽃 이름을 죄다 대봐도 손꼽아 헤아릴 정도입니다. 이름 모르는 풀들이 훨씬 많이 살고 있습니다. 분명, 들판에 돋아난 풀들은 이름 모르는 식물로 가득하였습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 이름 모를 풀들이 들판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름 모를 풀들은 땅에 바짝 누워 온몸으로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하얀 햇볕을 고스란히 품에 안고 싸늘한 꽃샘바람에도 끄떡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들과 논을 힘껏 부둥켜안고 논두렁과 언덕, 온 산하를 지키고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새들 먹이가 되기도 하고, 동물들의 변소가 되기도 합니다. 제자리에서 겸손한 자세로 말입니다. 비록 키는 작지만 언제나 낮은 자리에서 파릇파릇 봄소식을 전해 주며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나눠주며 말입니다. 마치, 그 분의 삶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 모를 풀들, 이름 모를 이름값을 제대로 하며 말입니다. 이름, 유감입니다.

더 많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