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중의 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캐나다 서부를 여행”하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

길 중의 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캐나다 서부를 여행하다

글 · 사진 전영의

 

콜롬비아 대빙원에서 발원한 아사바스카 빙하. 지금도 빙하는 계속해서 아래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만난 세 개의 아름다운 길! 캐나다를 동서로 연결하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캐나다 1번 고속도로, 초록의 침엽수와 빙원 · 빙하 · 에메랄드빛 빙하호를 펼쳐놓은 로키산맥이 쉬지 않고 따라오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오색찬란한 단풍이 파노라마 치던 메이플로드! 길 중의 길은 단연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다

 

한 편의 시가 된 수상 마을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지난 가을 가족과 함께 했던 열흘 동안의 캐나다 여행. 차원이 다른 대자연의 장엄함 앞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첫 여행지 밴쿠버에서 페리를 타고 영국 이주민들이 개척한, 그래서 영국의 향기가 배어 있는 빅토리아 섬으로 들어갔다.

빅토리아에는 튜더왕조의 건물, 주 의사당, 임프레스 호텔, 부차트 가든 등 발길을 놓아주지 않는 관광 명물들이 여럿 있었다.

30여 채의 수상가옥과 상점들, 고기잡이배들과 요트들이 오밀조밀 물 위에 떠 있어 한 폭의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피셔맨스 와프 수상가옥촌

특히 한번 빼앗은 마음을 끝내 돌려주지 않았던 피셔맨스 와프 수상 가옥촌.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30여 채의 수상 가옥과 상점들, 고기잡이배들과 요트들이 오밀조밀 정박돼 있는 항구는 바다와 어우러져 한 편의 시가 되었다. 배들 사이로 좁게 나 있는 나무다리를 따라 바다 위를 산책하며 어부들의 삶도 들여다보고, 물살의 흔들림도 보고, 그 속에 비춰지는 나의 모습도 내려다보았다. 청청한 해풍을 맞으며 즐겼던 파란집의 커피. 참 그윽했다. 시간과 삶을 품은 바다의 향기, 그곳에 서야 얻을 수 있는 풍경들이 녹아든 듯 했다.

석회석 채석장에서 세계적인 꽃의 정원으로 재탄생한 부차트 가든. 수억 송이 꽃과 나무가 열어 주는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의 끝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나라 남해의 해상식물공원인 외도도 이 부차트 가든을 모델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레이크 루이스

트레킹에서 스키까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앨버타 주에는 태초의 자연이 숨 쉬는 밴프, 세계 10대 절경인 루이스 호수와 더불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빙원과 빙하, 빙하호, 그리고 6개월 전에 예약해야 숙박할 수 있다는 페어몬트 호텔이 있다.

수억 송이 꽃과 나무가 길을 열어 주는 세계적인 꽃의 정원 부차트 가든. 이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의 끝과 만나고 싶지 않은 생각이 간절하다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곡 ‘레이크 루이스’에 영감을 준 호수 루이스에 왔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호수와 만년설을 인 채 호수를 감싸고 있는 빅토리아산이 제법 운치 있게 어우러져있다. 카약을 타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호수에 유쾌하게 번진다.

루이스는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을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의 이름이다. 영국령이었던 이곳에 총독으로 온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타 공은 이 아름다운 호수를 보자 가족이 생각났다. 그래서 호수에는 딸의 이름인 ‘루이스’를,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설산은 부인의 이름인 ‘빅토리아’라고 붙여 주었다. 제국은 사라졌지만 제국의 향기는 해가 지지 않았다.

 

아사바스카 빙하를 걷다

밴프와 제스퍼를 잇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리는 동안 로키산맥은 그 장대한 품에 초록의 침엽수를 끝도 없이 펼쳐놓은 채 쉬지 않고 따라왔다. 산봉우리에 걸터앉은 빙원에서 떨어져 나온 눈 조각들은 산과 산 사이로 스며들며 무너지고 다져져서 눈의 계곡을 만들기도 하고, 산자락 밑단까지 내려와서 에메랄드빛 호수를 빚어냈다.

햇빛이 물 위를 비추면 에메랄드빛, 구름이 호수로 오는 햇빛을 가리면 진한 청녹색을 띠는 호수 루이스

이 풍경을 일러 ‘스위스 50개 정도를 한곳에 모아놓은 것 같다’라고 산악인 윔퍼는 말했다. 알프스의 고봉 마터호른을 최초로 등정했던 윔퍼는 알프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로키에서 느낀 것 같다.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TOP10’에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올렸다.

드디어 아사바스카 빙하에 도착했다. 콜롬비아 대빙원에서 발원한 아사바스카 빙하는 빙하시대 말기에 형성되었고 그 두께가 900m에 이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지금도 날마다 조금씩 밑으로 내려오고 있으며, 지층 아래로는 빙하가 계속 흐르고 있다고 한다.

빙하에 발자국을 남기다니… 이곳에 섰다고 해서 빙하가 품고 있는 수억 년의 세월을 어찌 알 수 있을까? 그저 이렇게 한 번 밟아 보며 가슴에 새긴 몇 개의 의미를 가지고 또 한 세월을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대자연의 숨결과 함께 한 서부의 시간을 마치고 이제 캘거리 국제공항이다. 몬트리올로 간다. 몬트리올에는 퀘백이 있다. 퀘백에는 세인트로렌스 강이 흐르고 나이아가라까지 이어지는 단풍길 메이플로드가 있다. 그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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