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에게 바치는 정성스러운 애도

강혜미 기자의 영화마을

영화 러빙 빈센트
고흐에게 바치는 정성스러운 애도

글 강혜미

영화는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아를의 집배원인 조셉은 미처 전하지 못했던 빈센트의 편지를 테오에게 전해주고자 아들에게 부탁을 한다. 아들인 아르망은 빈센트가 아를에 기거하던 당시 귀를 자른 사건으로 마을 전체가 시끄러웠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모두가 빈센트를 미치광이라고 비난했을 때 아버지인 조셉이 그를 동정했다가 겪은 고초에 대해서도 물론 알고 있는 바였다. 때문에 편지를 전해주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절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만일 네가 죽으며 내게 편지를 남겼다면, 내가 그 편지를 받고 싶지 않겠느냐는 아버지의 설득에 넘어가 파리로 향한다.

이렇게 시작된 아르망의 여정은 테오가 죽었다는 소식으로 난항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가셰 박사를 소개 받고 오베르로 향한다. 그는 편지를 전하기 위해 빈센트의 유가족을 찾아 가는 건 뿐이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고흐의 생전 모습을 접하게 되고, 그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치는 탐정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르망은 빈센트에 대한 강한 동점심을 가지게 되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마저 느낀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녹록치 못한 삶을 산 고흐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며 울컥하고 올라오는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 아마도 뛰어난 예술가에 대한 애도의 의미였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에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고흐의 그림은 놀라울 정도이다. 눈을 사로잡았던 그림이 영화를 보며 고흐에 대해 알고 나서는 마음까지 사로잡기 시작했다.

고흐는 누구에 의해 죽었을까? 자살이 맞을까? 테오에 대한 미안함이 그런 선택을 하게 한 걸까? 다양한 의문점이 남는다. 물론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이미 논란이 되어왔던 문제였다. 그러나 그 궁금증의 해결은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영화를 보고 나서 스토리가 기억을 지배하지 않았다. 그저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전시회를 보고 난 느낌이랄까? 살아 움직이는 고흐의 그림이라니!

이 영화는 기획 단계까지 합하면 무려 10년의 제작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고흐가 남긴 130여 점의 그림을 바탕으로 제작된 탓에 무려 107명의 화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2년간 6만여 점이 넘는 유화를 그렸고, 멈추어 있는 유화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워크스테이션을 개발, 적용했다. 거기에 배우의 열연이 가미되어 95분간 움직이는 미술관 관람이 가능했다. 실제로 영화는 장면 장면을 뚝 잘라 놓으면 그대로 고흐의 작품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일반 애니메이션에 비해 부드러운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화 자체가 쉽게 쓱쓱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기에 쇼트가 부족했을 것이고, 따라서 깜빡이는 듯한 효과로 눈에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피로감을 날려버릴 만큼 고흐의 이야기와 그의 그림은 매력적이었다.

고흐는 살아생전에 사랑 받는 화가는 아니었다. 사후에는 그의 그림 한 점에 몇 백억이 호가할 정도로 사랑 받는 화가로 대접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예술가였다.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도 그의 고민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드러난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바닥 중의 바닥 인생이지만, 언젠가는 내 마음에 무엇을 품고 있는 지를 모두에게 보여 줄 것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한 기간은 10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작품의 수는 천여 점에 이른다.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숫자임에 분명하다. 주목 받지 못하는 10년을 화가로 살면서 그는 매 순간이 두렵지 않았을까? 아무도 주목하는 이 없이 10년을 묵묵히 하나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잘 알지 않은가.

비운의 삶을 살다 간 화가 고흐. 그의 전성기가 사후가 아니라 살아 있던 시절에 찾아왔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의 그림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화가를 모집했을 때 무려 4천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에게 고흐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리라. 이 영화는 그런 그에게 바치는 무척이나 정성스러운 애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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