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쌓지 않고 세상 속으로 끊임없이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라고 톤유쿠크는 말했다. 성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세상 속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 이 땅에 ‘하나님의 동산 에덴’을 만들고자 했던 정성진 목사. 죽으려고 목사가 됐고, 기꺼이 죽어 ‘주님이 원하시는 바로 그 교회’를 이루려 무던히도

2018 WINTER Special Theme 주님이 원하시는 바로 그 교회
테마 인터뷰

진리가 주는 자유 속에서 정성진 위임목사
성을 쌓지 않고 세상 속으로 끊임없이

취재 전영의 사진 박승언 · 한기수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라고 톤유쿠크는 말했다. 성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세상 속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 이 땅에 ‘하나님의 동산 에덴’을 만들고자 했던 정성진 목사. 죽으려고 목사가 됐고, 기꺼이 죽어 ‘주님이 원하시는 바로 그 교회’를 이루려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왜 흔들림이 없었겠는가.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 크고 높은 자신만의 성을 쌓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무수히 쌓고 수없이 깨트리며 달려온 시간, 이제 어떠한 길도 그리 무겁지 않다. 말 위에서 태어나 말 등에 실려 눈을 감는 것이 유목민의 일생이듯 십자가의 도를 따라 달려감을 쉬지 않았던 한 목회자의 발자취, 그것은 초원을 찾아 차가운 사막을 끝도 없이 달리고 있는 유목민을 이끌던 한 점 불빛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광성 신명기’로 2018년을 쌓다

은퇴까지 2년의 시간을 남겨 놓고 있는 정성진 목사의 2018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숨 가쁘다. 거룩한빛광성교회 후임 목사 선출, 거룩한빛운정교회 분립 개척 등 굵직한 현안들이 2018년의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주일 설교이다. 말씀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생명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정성진 목사는 은퇴 전 교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씀을 모아서 ‘광성 신명기’라고 이름을 붙이고 2018년의 설교 제단에 올린다. 사실 상 고별 설교이다. 떠날 것을 염두하고 남아 있는 교인들에게 전하는 단 위에서의 마지막 말씀이기에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거듭’이라는 의미를 가진 신명기는 모세가 두 번째 한 설교로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의 말씀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입니다. 제가 20년간 해 왔던 설교 중에 우리 교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정신적인 기둥과 같은 말씀을 발췌해서 올 1년간 설교를 할 계획입니다. 그것을 한마디로 함축하면 ‘주님이 원하시는 바로 그 교회’ 입니다.”

 

거룩한빛운정교회

경기도 파주시 목동동 920번지에 건축 중인 거룩한빛운정교회. 얼마 전 외벽 공사를 마치고 지금은 창호 공사가 한창이다. 1월 7일부터 임시 예배당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교회가 완전히 지어지면 거룩한빛광성교회 11, 12, 13교구가 거룩한빛운정교회로 편성될 예정이다.

올 10월 거룩한빛광성교회 후임 목사가 선출되면 정성진 목사는 후임에게 교회를 인계하고, 12월 11, 12, 13교구 교인들과 함께 거룩한빛운정교회를 시작하게 된다. 거룩한빛운정교회의 주춧돌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2019년 3월쯤 교인들이 담임목사를 선출하면 담임에게 교회를 인계하고, 남은 임기 동안 두 교회를 오가며 목회를 마무리 해 나갈 계획이다.

후임 목사는 광고를 해서 모든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 거룩한빛광성교회 출신 목사로 제한하는 방법, 한 명의 담임목사와 교육 · 행정 · 교구 등 각 분야의 전담 목사가 한 팀이 되어 목회하는 팀 목회 등 다양한 방법이 청빙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2017 장로, 집사, 권사 임직식. 교회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의미가 특별하다

‘새로운 광성 20년’을 위한 소프트 랜딩

주님이 원하시는 바로 그 교회를 이루기 위해 정성진 목사는 그동안 자신과 교회를 끊임없이 개혁해 왔다. 목사 6년 임기제를 실시하고, 6년마다 재신임 투표를 통해 교인들과 소통하고, 정년을 65세로 정했다. 원로 목사 · 목회자 보너스 제도도 폐지했다. 장로는 6년 단임 임기제이고 65세가 정년이다. 지휘자 · 반주자는 무 사례 봉사이며, 명예 장로 · 권사 · 집사 · 원로 장로 제도를 폐지하며 교회에 맑은 빛을 담았다. 이는 한국 교회에도 큰 울림이 되고 있다.

떠나는 순간까지 개혁은 계속된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수탁관리하고 있는 복지관을 비롯하여 처음부터 정성진 목사와 함께 사역을 시작했던 자치 기관의 대표들은 정성진 목사 은퇴 전후로 모두 직책을 내려놓기로 했다. 또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부목사들도 1년 안에 목회 지를 정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1년이 되면 거룩한빛광성교회 부목사로서의 직책을 정리하게 된다. ‘새로운 광성 20년’을 위한 소프트 랜딩이다.

“아픔이 크지만 제 손으로 이런 문제들을 풀고 가려고 합니다. 이는 교회가 누구의 왕국이 아닌 하나님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교회에 대한 생각을 소유 의식에서 임대 의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 왔다 잘 놀다 갑니다’라고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내려놓는다고는 했지만 또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일 새신자를 맞이하고 있는 정성진 목사와 송점옥 사모

55일간의 암 환자

며칠 전부터 얼굴 한쪽에 3차 신경통이 다시 시작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정성진 목사. 스물세 가지의 질병을 앓아 왔기에 누구보다도 병의 고통을 잘 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아침 일찍 목양실에 나와 병을 앓고 있는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근황을 일일이 체크했다고 한다.

정성진 목사는 2007년 국립암센터에서 대장암 2.5~3기로 대장의 절반을 잘라 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을 당시를 회고하며 그때 지은 ‘암 선고 받고’라는 시를 들려주었다. 교회에는 늘 50여 명의 암 환자가 있는데 그동안 그들의 암을 자신의 감기만큼도 여기지 않았던 목회자였음을 회개한 이 시에는 그 당시 정성진 목사의 고뇌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추운 밤을 새워 본 사람만이 눈물 흘리는 자를 끌어안을 수 있듯 암 덩어리가 없어졌다는 진단을 다시 받을 때까지 암 환자로 산 55일은 정성진 목사가 ‘더 죽는 목회’를 실현할 수 있는 씨앗이 되었다.

 

진리가 주는 자유

‘청포도’, ‘꽃’, ‘논개’ 등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며 시의 숲을 산책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1997년 1월 9일 밤가시마을에 광성교회를 개척하고 소명이 주는 무게에 십자가 앞에서 지새웠던 숱한 날들. 이제 스물한 살 청년의 시간으로 접어든 교회는 푸른 동맥 우거진 넓은 숲을 이루어 품 안에 수많은 영혼을 품었다.

돌아보면 험준하지 않은 길이 없었다. 매일같이 그 험준한 고개를 넘느라 몸은 여기저기 고장 나 덜컥거리지만 성문에 공의를 심는 것을 존재의 이유로 여기며 세상의 고도를 이겨내고, 정의를 외치며, 비워내고, 무릎 꿇으며 달려온 무욕의 시간.

진리가 주는 자유함을 누구보다도 잘 누렸던 목회자가 아닌가 싶다.

 

 

암 선고 받고

 

정성진
주님!
감사합니다
십자가 고난에 동참케 하시오니 감사합니다.
느끼려 느끼려 해도
느낄 수 없었던
십자가 고통을 암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체휼로서
십자가를 십자가라고
증언하겠습니다

나는 살려고 목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죽으려고 목사 되었습니다
오직 주님
주님의 몸 된 교회 위해
주께서 맡기신 양 무리 위해
이제껏
잘 참고 잘 죽었습니다

죽어야 살고
예수 안에 죽어야 영원히 사는
하늘의 법을 따라
잘 죽겠습니다

(2007년 4월 6일 오전 9시 암센터에서 대장암 선고를 받고, 그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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