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

영화 “터널”

 

조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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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에 갇혔다. 무너져버린 터널, 생명을 이어줄 것이라곤 작은 생수 두 병과 오래된 케잌 하나 뿐. 이마저도 함께 갇힌 이웃과 나눠 먹어야 한다. 날 꼭 구해 준다고 약속했지만, 무너진 산을 뚫고 사람을 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 그런데 콘크리트와 흙더미, 철근더미 가운데 파묻혀 있는 내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어쩌면 살려고 정신없이 달려온 그간의 시간들도 무너진 터널 속에 갇힌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목숨처럼 소중한 딸의 생일, 자동차 세일즈맨 정수는 딸이 좋아하는 생크림 케잌을 샀다. 고속도로를 달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길, 마침 중요한 판매 계약도 성사되고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평범한 세일즈맨 정수는 늘 그랬듯이 그저 믿고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누군가가 이어준 다리를 믿고 건넜고, 누군가가 세워 논 건물에 믿고 들어가 물건을 사고, 멀쩡히 움직이던 교통수단이었기에 걱정 없이 몸을 맡겼다. 꾀부리지 않고 성실히 살아갈 뿐이었다.

철통같은 신뢰가 무너져 내릴 때는 굉장한 소음과 파편을 동반하나 보다. 철근과 콘크리트와 흙더미와 함께 무너져 내린 신뢰는 정수를 덮치고 그를 터널 속에 가둔다. 칠십 퍼센트 남짓 남은 휴대폰 배터리와 큰 힘없는 구조 본부 대장의 구조 약속이 정수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의 불빛이다. ‘살고 싶다. 아니 살아야 한다! 딱히 브라이트한 인생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죽을 이유도 없는 인생이다!’

p40417사고 대책반이 꾸려지고 열흘에 걸쳐 터널에 구멍을 뚫어 구조를 시도했지만, 터널의 엉터리 설계도로 인해 피땀 흘린 구조 작업과 정수의 인내가 허사로 돌아간다. 구조 기간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인근 터널의 공사가 지연돼 국가 예산에 큰 타격을 줄 상황이 되자, 주인공 정수의 목숨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 사람의 생명과 국가의 사업과 예산의 비중을 놓고 의견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구조 대원들은 비와 땀에 젖은 밥을 먹으며 목숨을 내놓고 목숨을 구하고, 요직의 사람들은 체계와 명분에 갇혀 터널 속에 갇힌 남편을 향해 달려온 정수의 아내와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목숨을 한갓 취재거리로 삼는 방송사들의 비인간적 행태도 탄식을 자아낸다. 터널 속의 주인공은 자신과 함께 터널 속에 갇힌 미나를 끝까지 돌보며 마지막 남은 생수를 나눠 마신다.

영화는 결국 구조 대장의 사명감 깃든 끈질긴 구조 작업과 주인공 정수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불굴의 투지로 구조와 탈출에 성공하며 해피엔딩을 그려낸다. 서글픈 긴장감에 한줄기 위로의 물꼬가 새겨진다.

환한 햇빛이 달리는 차 창가에 비추이고, 회복된 정수는 아내와 손을 잡고 긴 터널을 통과해 또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번에는 밝은 빛이 내리쬐는 긴 인생의 터널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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