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는 순교자인가?

박삼종목사

저자 박삼종목사
저자 박삼종목사

본회퍼 사후 70년주년을 기념하면서 이런 저런 글들이 많이 보인다. 본회퍼는 나치에 저항해 히틀러 암살에 참여하고 반역자로 죽임을 당한 그리스도인이다. 그의 복권은 독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다. 본회퍼는 미치광이가 운전하는 차를 예로 들면서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차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유의 밑바탕에는 조국 독일을 광기 어린 전쟁으로 몰고 가 무고한 수천만의 시민들을 희생시키는 히틀러를 미치광이 운전사로 본 그의 시각이 깔려 있다.

기독교인의 시각에서 정치인의 암살에 가담한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을 어떻게 순교자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만약 단지 정치적인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로마제국에 반기를 든 반란수괴로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칭으로 처형된 예수 또한 이런 정치적 혐의에서 벗어날 수 가 없다. 본회퍼의 핵심신학 사상을 요약해 본다면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성인된 제자로서 세상 가운데서 종교적인 언어와 외형을 버리고 철저하게 숨겨진 제자로서 하나님 나라를 실천하며 타자를 위해 사는 삶이다.

종교적 외투를 벗고 예수의 제자라는 본질에 집중해 본다면 본회퍼의 삶은 목숨을 버려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삶이고 그의 죽음은 마땅히 순교자로서의 삶을 산 것이다. 정의로운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철저하게 응답하는 제자는 하나님 앞에 그의 목숨을 산제사의 제물로 받친다. 본회퍼의 삶은 당연히 제자로서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고 거룩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히틀러라는 불의한 악의 화신을 제거하려 했고 애타게 애인을 그리워하면서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가면서 자신이 아닌 타자를 위한 삶으로 살아간 예수 그리스도를 철저하게 모방하는 삶이었다.

반면에 동시에 철저한 제자도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귀족적이고 영웅적인 본회퍼의 삶은 불완전하고 모호한 삶이다. 세상 가운데 숨겨진 제자로서의 삶이 지닌 숙명은 바로 이 애매모호성과 불완전성이다. 단지 신앙의 사적인 영역에서 자신의 거룩을 지키는 어린 아이의 신앙에서 벗어나 온 세상의 중심에서 온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을 철저히 따르는 삶이 주는 이 애매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는 하지만 이 땅 가운데 평화를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철저하게 따랐다고는 보기는 힘든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히틀러 암살은 결국 세상의 악의 문제가 마치 구조가 아닌 악인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우리에게 인식의 틀을 강요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독재자 박정희가 암살되었을 때 독재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들과 졸개들은 건재했고 그의 후손은 역사쿠데타를 시도하고 혈연과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엮인 군사독재의 구조는 가려지고 박정희는 마치 순교자가 되었고 정치적으로 반성과 성찰의 기회가 된 것이 아니라 독재자에 대한 연민과 동정으로 자신들의 과오와 악한 구조를 덮을 좋은 도덕적 합리화의 기회만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히틀러는 비록 자살했고 끊임없이 유대인에 대한 사죄가 반복되고 마치 나치의 잔당들을 소탕한 것처럼 보였지만 마치 주기철목사가 90년대에 들어서야 복권된 것처럼 독일에서도 본회퍼의 복권은 수십 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가능했다.

히틀러 개인은 악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히틀러의 나치를 만들어낸 독일의 국민들과 정치적인 구조는 히틀러보다 더 악하다. 히틀러 개인을 제거한다 해서 나치라는 미치광이의 차는 멈출 수 없다. 운전사는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히틀러 개인이 아니라 나치라는 악의 구조가 차를 몰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히틀러 암살은 영웅적인 시도였고 행동이지만 악의 구조를 접근하는 태도에서는 올바르지 않다.

평화주의자였던 예수의 비폭력 저항 행동이 본회퍼보다는 덜 매력적이고 직접적이지 못한 답답한 모습처럼 보일지라도 악의 구조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체해 가는 방법은 바로 비폭력 저항의 평화주의이다. 정치권력의 궁극적인 변화는 다수의 설득과 동의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설득과 동의는 하나님 나라를 철저하게 삶으로 실천하는 예수의 제자들의 정치적, 윤리적 실천과 도덕적 우위에 기반한다. 악은 그 모양이라도 버리고 악을 대항하기 위해 악을 닮아가지 않는 투쟁은 구조를 볼 줄 아는 뱀 같은 지혜와 하나님 나라의 선한 동기를 지켜내는 비둘기 같은 순결함이 필요하다.

 

박삼종목사

평화의마을교회/대전기윤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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